국내에 우주 암흑물질(dark matter)의 정체를 규명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시설이 들어선다. 암흑물질은 우주의 27%를 차지하면서도 빛을 내지 않아 관측이 불가능한 물질로, 현대 물리학계의 최대 난제로 꼽히고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강원도 정선군의 한덕철광 탄광 지하 1100m에 해외 연구 시설보다 암흑물질 검출 성능이 최고 5배가량 높은 우주입자 연구 시설을 2019년까지 구축하기로 했다고 16일 밝혔다. 연구단은 이날 정선군청, 한덕철광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1970년대 과학자들은 안드로메다은하 안쪽과 바깥쪽에 있는 별들의 회전속도가 거의 같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별 사이의 간격이 넓은 은하 바깥쪽은 안쪽보다 느리게 회전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이 별 사이를 채우고 있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단은 암흑물질을 포착하기 위해 기존 양양 양수발전소에 있는 실험 시설(지하 700m)보다 400m 더 깊은 곳에 연구 시설을 짓는다. 우주에서 날아오는 방사선으로 인한 잡음 신호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서다. 깊게 들어갈수록 암흑물질을 제외한 다른 입자의 방해를 줄일 수 있다. 새 우주입자 연구 시설은 암흑물질 검출에서 20밀리전자볼트(meV·입자 에너지 단위)까지 구분할 수 있다. 현재 세계 최고 수준 시설(100밀리전자볼트)보다 5배 정도 민감도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우주입자 연구 시설은 '유령입자'로 불리는 중성미자(中性微子)의 질량을 확인하는 데에도 활용된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새 연구 시설 구축으로 선진국과 경쟁할 만한 환경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