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구성하는 것 중 우리가 알고 있는 ‘물질’은 4%에 불과하다. 과학자들은 아직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약 27% 추정)과 암흑에너지(약 69% 추정)가 나머지를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암흑물질의 존재 규명은 세계 과학자들이 ‘인류가 풀어야 할 미스테리 톱10’에 이름을 올릴 만큼 과학계에서는 매우 어려운 도전이다.

암흑물질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이른바 유령입자인 ‘중성미자’ 검출도 마찬가지다. 중성미자는 우주에서 광자(빛) 다음으로 가장 많은 기본입자로 다른 입자에 비해 질량이 매우 작아 질량이 있다는 것만 확인됐을 뿐 정확한 수치는 측정된 적이 없다.

국내 연구진이 아직 밝혀지지 않은 암흑물질과 중성미자의 비밀을 밝히기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지하실험연구단은 210억원을 투입, 강원도 정선군 철광 지하 1100m에 우주입자 연구 시설을 2019년까지 구축하고 2020년부터 암흑물질과 중성미자 규명을 위한 실험에 나선다고 16일 밝혔다.

한덕철광 광산 내 조성될 IBS 지하실험 연구단의 우주입자연구시설 조감도

IBS 지하실험 연구단은 그동안 강원도 양양 소재 지하 실험시설에서 연구를 해왔다. 이 실험실은 한국수력원자력 양양 양수발전소와의 협력으로 지하 700m 아래 300㎡ 규모로 구축됐다.

연구단은 양양 소재 실험실의 깊이와 크기가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 이보다 400m 더 깊은 곳에 우주입자연구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연구시설은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산 일대 한덕철광의 철광 지하 1100m 아래에 약 2000㎡ 규모로 들어서며 연구단은 이를 위해 17일 정선군, 한덕철광과 업무협력 협정(MOU)을 맺는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실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암흑물질과 중성미자가 내는 신호를 포착하기 매우 어려워 실험 환경에서 배경 잡음을 최대한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이 조용해야 미세한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전세계 과학자들이 경쟁적으로 지하 깊은 곳에 실험 장치를 구축하는 이유다.

2020년 새 연구시설에서 연구를 시작하면 중성미자 질량 검출 수준(민감도)이 약 20밀리전자볼트(meV)로 크게 향상된다. meV는 입자의 에너지를 표시하는 용어로 1000분의 1전자볼트다. 현재 양양 실험실에서 수행되는 초기단계 중성미자 질량 검출 수준은 약 200meV다. 민감도가 작을수록 측정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새 연구 시설은 기존 연구 시설에 비해 10배 가량 민감도가 좋아지는 셈이다. 암흑물질의 경우 배경잡음이 기존 연구 시설에 비해 5배 이상 차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단이 수행하는 연구는 중성미자를 검출하는 ‘AMoRE’ 실험과 암흑물질을 탐색하는 ‘COSINE’ 실험이다. AMoRE 실험은 중성미자 붕괴 현상 관측으로 중성미자 존재 규명이, COSINE 실험은 암흑물질이 검출기와 충돌시 방출되는 신호를 측정해 암흑물질을 포착하는 게 목표다.

김영덕 IBS 지하실험연구단장은 “새 연구시설이 완공되면 천체입자물리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단은 국가 기초고학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지역 경제발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