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매트릭스(The Matrix). 영화 속에선 매트릭스 프로그램을 이용해 인간 뇌세포에 각종 데이터를 입출력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 네오는 무술 대련에 앞서 각종 무예 데이터를 그의 두뇌에 입력한다. 데이터를 주입 받은 그는 이소룡 못지 않은 쿵푸 실력을 자랑한다. 급하게 헬기를 타야하는 여주인공 트리니티는 “헬기 조종법 필요”라고 말한다. 가상 세계에서 실제 세계를 제어하는 본부에서 그의 머리에 헬기 조종술을 업로드시켰고 트리니티는 곧 프로 헬기 조종사가 됐다.

컴퓨터 시스템과 인간의 뇌가 연결돼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

엘론 머스크 CEO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난 3월 의료 전문 연구 법인 뉴럴링크(Neuralink) 설립을 공식 발표했다. 머스크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이 회사를 세운 것은 작년 7월인데, 뒤늦게 공식화한 것이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뇌에 ‘뉴럴레이스(Neural lace・신경 그물망)’을 이식하고, 인간의 뇌신경과 컴퓨터가 데이터를 주고받는 기술을 연구개발(R&D)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스크의 측근들은 인용해 “테슬라와 스페이스X 창립 때와 마찬가지로 뉴럴링크도 100% 머스크의 단독 투자로 설립했다”고 보도했다.

◆ 머스크의 도전 “인간의 뇌+컴퓨터”

최근 머스크는 뉴럴링크에 최고 수준의 뇌 과학 전문가를 영입했다. 바네사 토로사 로렌스리버모어내셔널연구소 엔지니어, 필립 세베스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학 교수, 티모시 가드너 보스턴대학 교수 등이다. 이중 가드너 교수는 새들이 노래하는 방법을 알기 위해 새의 뇌에 작은 전극을 이식한 연구로 유명하다.

머스크는 “현재 뇌에 입력되는 정보량은 많은 반면, 출력은 (자판을 치는)두 손에만 의존한다”며 “뇌에 칩을 삽입한다면 기계로 직접 정보를 전송할 수 있게 돼 정보 출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가 뉴럴링크를 설립한 것을 두고 ‘인공지능(AI)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뉴럴링크를 통해 인간의 뇌 수준을 컴퓨터 이상으로 향상시켜 ‘AI의 역습’을 선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머스크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더 똑똑해지면 인간이 ‘판단의 결정권’을 빼앗길 수 있고 결국 인간은 기계나 인공지능의 애완 동물 신세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AI의 안전한 활용을 목적으로 한 ‘오픈 AI’ 설립을 주도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뉴럴링크는 인류 전체에 이익을 줄 수 있는 AI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오픈 AI'와 목적이 유사하다"며 "현재 뉴럴링크는 학계의 전문가들을 회사 자문역으로 초빙하는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 트랜스 휴먼 시대는 왔다...보안 및 윤리 문제는 과제

영화 채피에 등장하는 메모리 칩에 담긴 인간의 의식.

2015년 개봉한 영화 ‘채피(Chappie)’에서는 인공지능 로봇 채피가 등장한다. 채피의 의식은 데이터화돼 신체와 관계없이 업로드, 다운로드된다. 영화 후반부에는 인간의 의식도 작은 메모리 칩에 담긴다. 이 메모리 칩을 기계에 꽂자 인간의 의식을 가진 기계가 눈을 뜬다.

원래 인간은 자극을 받을 때 미세한 전류(뇌파)를 발생시켜 뇌에 신호를 전달한다. 뇌에 이식한 초소형 인공지능 칩이나 전자 그물망도 전기 자극 신호와 강도 등으로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는다.

생각과 기억을 컴퓨터 칩에 분리·저장할 수 있게 되면 신체의 의미가 사라진다. 다른 사람의 신체나 사물에 기억을 심어 새로운 삶을 살 수도 있다. 생각과 기억을 다른 곳에 이식하는 과정을 반복하면 영생(永生)을 실현할 수도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뇌파를 감지해 글자로 전환하는 장치 ‘아이브레인(iBrain)’을 선보였다. 이 장치는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의 생각을 모니터로 보여줘 화제를 끌기도 했다.

구글 인공지능 개발 이사이자 세계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작년 미국 시애틀의 포스트백 (Tune Postback)행사에서 “2030년대에는 사람이 클라우드에 뇌를 연결해 1초만에 1만개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저서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는 “이미 인류는 기계가 신체를 보조하는 단계인 ‘트랜스휴먼(TransHuman)’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조선 DB

일각에서는 윤리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뇌에 심은 컴퓨터 칩 역시 해킹 위험에 노출돼 있다. 뇌와 연결된 칩이 해킹당한다면 뇌 자체도 손상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대화 등 전통적인 의사소통을 위축시킬 우려도 있다.

현재의 기술로는 사람의 뇌에 칩을 이식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뇌의 특정 부위가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컴퓨터 칩을 이식한다면 거부반응이나 부작용 등 부정적인 상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머스크는 뉴럴레이스를 정맥에 주사해 뇌수술을 받지 않아도 되는 방식까지 고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