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애플 등 정보기술(IT) 기업이 가상현실(VR) 킬러콘텐츠 확보에 나선다.

VR 업계에서는 현재 삼성 기어(Gear), 오큘러스 리프트(rift), HTC 바이브(Vive) 등 하드웨어와 함께 킬러콘텐츠가 VR 생태계를 확장하는데 필수 조건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테크크런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4월 17일 미국 뉴욕에 있는 VR 애플리케이션(앱) 개발 회사인 VRB를 인수했다. VRB 측은 인수 가격을 정확히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대략 550만달러(약 62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VRB는 삼성전자가 인수한 첫번째 VR 스타트업이다.

VRB 홈페이지 화면

VRB는 가상현실 공간을 꾸미는 ‘VRB홈(VRB Home)’과 360도 카메라로 촬영한 VR 사진을 공유하는 ‘VRB포토(VRB Foto)’ 두 앱을 출시한 회사로, VR 콘텐츠 개발에 특화됐다. VRB는 가상현실 콘텐츠 제작자가 사용할 수 있는 툴킷도 개발했다.

그간 높은 기어VR 점유율에 비해 낮은 킬러콘텐츠가 삼성 VR 생태계의 한계로 여겨졌다. 정부연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삼성전자는 갤럭시 스마트폰과 호환해 사용하는 기어VR과 360도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어360 등 가상현실 기기는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역량은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삼성전자의 VRB 인수는 이같은 고민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VRB 인수로 삼성기어에 제공되는 앱 개발에 몰두할 것으로 보인다. 테크크런치는 “삼성전자가 VRB를 인수해 자체적으로 VR 콘텐츠를 제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 삼성전자는 VRB를 인수와 관련한 제품이나 기술, 팀 구성에 대해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는 불분명하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애플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 2017)에서 VR 콘텐츠에 관심을 드러냈다. 애플은 삼성전자와 다르게 자체 VR 기기가 없는 만큼,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시장에 주력할 전망이다.

애플이 WWDC 2017에서 공개한 맥OS 하이 시에라(High Sierra)와 신형 아이맥은 VR 콘텐츠 개발자에게 최적화된 스펙을 갖추고 있다. 하이 시에라는 비디오 인코딩에서 4K 동영상을 뒷받침하는 HEVC를 지원하며, 머신러닝과 VR 콘텐츠 제작에 대한 지원 기능도 내장돼 있다. 또 VR 콘텐츠 개발용 그래픽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 ‘메탈 포 VR’ 등을 공개했다.

애플 WWDC 2017 캡처

애플은 더 나아가 증강현실(AR)에 대한 콘텐츠에도 주력하고 있다. 애플은 유니티, 언리얼 엔진과도 AR를 위해 협력하고 있다.

또 애플은 꾸준히 VR·AR 관련 인력을 발굴해왔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3월 애플 관계자를 인용해 “애플은 페이스북의 VR 부문 자회사, 오큘러스, MS의 홀로렌즈 개발자를 포함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3D 그래픽 등 AR 기술의 전 분야를 아우르는 여러 기술자를 모아 개발팀을 꾸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