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지난해 ‘갤럭시노트7’ 배터리 발화 사태와 관련한 백서(Whitepaper)를 제작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백서는 특정 사안이나 주제에 대해 조사한 결과를 정리해 기록하는 보고서나 책을 말한다. 이번 작업에는 삼성전자, 삼성SDI 등 삼성 휴대전화 제조 회사와 계열사가 두루 참여해 눈길을 끌고 있다.

31일 삼성 고위 임원은 “지난해 문제가 된 갤럭시노트7의 배터리 발화와 관련한 문제 발생과 원인규명 과정, 대응 등 일련의 활동과 결과를 담은 백서 작업이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면서 “삼성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고 두 번 다시 발생해서는 안 될 일, 누구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슈이기 때문에 100% 기록으로 남겨 자산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업부장(사장)이 지난해 10월 서울 태평로 삼성본관에서 갤럭시노트7의 품질 분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 작성에는 세트 조립을 담당한 삼성전자(005930)무선사업부(IM)와 배터리팩 생산 및 공급을 담당한 삼성SDI(006400)실무진과 연구원들이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사태를 계기로 무선사업부 내에 최고위기관리책임자(Chief Risk management Officer) 조직을 신설했다. 이 조직에서는 배터리 등 부품 안전성 향상을 위한 전략 수립 등 스마트폰 사업과 관련된 모든 리스크 관리를 총괄한다. 백서 제작의 업무도 CRO 조직에서 일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지난 3월 미국 뉴욕 언팩에서 “최근 제품 설계부터 부품 조달, 제조까지 모두 점검해 사고 발생 요인을 미리 제거할 수 있도록 CRO 조직을 신설했다”며 “노트7 사고는 단기적으로는 막대한 손실이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성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백서에는 갤럭시노트7과 관련된 연구개발, 부품, 생산, 검수, 양산, 마케팅, 영업 등 모든 영역에서 어떤 대응을 했고 어떤 점이 효과적이었는지 면밀히 분석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또 갤럭시노트7 대응과 관련해 효과가 있던 전략은 굿케이스(Good case·좋은 사례)로, 반응이 좋지 않던 활동은 배드케이스(Bad case·나쁜 사례)로 작성된다. 가급적 구체적인 상황과 케이스 분석을 많이 넣는다는 원칙도 세워 둔 것으로 알려졌다.

백서는 외부 공개용이 아닌 내부용으로 제작되며, 접근범위는 극히 일부 임원들에만 공유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갤럭시노트7 사태와 관련해 초기 대응이 아쉬웠다는 평가가 있었다”며 “유사한 문제 발생을 미연에 막고 문제가 터졌을 경우에는 백서를 교훈으로 삼아 발 빠른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갤럭시노트7을 분해한 모습

한편,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리퍼폰(재정비폰) 출시를 통해 배터리 문제에 대한 업계와 소비자들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목표다. 리퍼폰 출시가 발화의 원인이 메인보드나 센서 혹은 소프트웨어(SW) 문제가 아닌 배터리에 있다는 것을 증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갤럭시노트7 리퍼폰은 갤럭시S8의 신제품 효과가 떨어지고 하반기 출시예정인 갤럭시노트8의 판매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6~7월에 출시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