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친환경차 대세는 '전기차'다." "궁극적으론 수소연료전지차가 전기차를 제치고 미래를 점령할 것." "효율성으로 보면 2030년까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차다."

미래 친환경차 주도권을 놓고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모두 친환경차지만 장단점이 각각 확실하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마다 주력으로 삼은 차종도 달라 신경전도 치열하다. 전기차가 주력인 기업은 미국 테슬라와 중국 BYD(비야디), 메르세데스-벤츠 모기업인 다임러 등이고, 수소차에 적극적인 곳은 현대차와 일본 도요타, 혼다 등이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는 완성차 업체 대부분이 뛰어들었다.

◇"현재 시장 대세는 전기차"

아직까지 주도권은 전기차(EV)가 갖고 있다. 내연기관을 결합하지 않고, 변속기 등 동력 전달 장치도 필요 없고 초기 가속도 우수하다. 각국 정부에서 구입 보조금을 전폭 지급하는 것도 이점. 전기차 열풍을 선도하는 테슬라는 작년 '모델S'와 '모델X'를 전 세계에 7만6243대 팔며 급성장 중이다. 오는 7월에는 보급형 전기차 '모델3'를 출시할 계획. 1회 충전에 약 346㎞를 달릴 수 있다. GM도 쉐보레 볼트 전기차를 내놓으며 추격하고 있다. 1회 충전으로 383㎞를 주행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도 전기차를 중점으로 하는 전략을 세웠다. 다임러 디터 제체 회장은 "수소차가 개발될 시점엔 전기차가 더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면서 "수소차는 미래차로 적절치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벤츠는 2016년 파리 모터쇼에서 전기차 '비전 메르세데스-마이바흐 6'와 새로운 전기차 브랜드 'EQ'를 공개하기도 했다. 르노삼성도 2인승 전기차 '트위지'를 6월 출시할 예정이고, 쌍용차도 2019년부터 전기차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전기차는 높은 배터리 원가와 배터리 수명 문제, 1회 충전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지금 전기차는 완전 충전(완속)을 위해 8시간 동안 충전기를 꽂아놔야 한다"면서 "배터리 개발 기술에 한계가 있어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제한적이라 무한 발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소연료전지차가 새로 떠오른다"

수소연료전지차(FCEV)는 고압 수소를 충전 탱크에 저장했다가 탱크 내 수소와 대기 중 산소를 반응시켜 전기를 생산하고, 생산된 전기로 모터를 구동해 동력을 얻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론 전기차와 동일하지만, 직접 차량 내부에서 전기를 생산한다는 차이점이 있다.

수소차는 수소와 공기 중 산소가 결합하는 과정에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전기차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또 수소 충전 시간도 일반 휘발유와 비슷한 5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이런 장점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적잖은 관심을 보인다. 현대차는 2013년 세계 최초로 수소차 '투싼 ix'를 출시했고, 지난 3월 스위스 제네바 모터쇼에서 'FE 수소차 SUV' 콘셉트 차량을 공개했다. 권문식 현대차 부회장은 "전기차는 원가 절반 이상을 배터리가 차지할 정도로 배터리가 원가 상승 요인"이라며 "수소차는 전기차와 달리 기계 시스템이라 차량 가격이 일반 내연기관 차 이하로 떨어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도요타도 수소차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2014년 미라이 모델을 개발해 상용화했고, 최근엔 2020년 도쿄올림픽 때 수소연료전지 승용차와 버스로 선수들을 나르고, 2020년엔 연간 3만 대 수소차를 판매할 것이란 목표를 밝히기도 했다. 혼다도 2016년 3월 수소차를 양산했고, BMW도 2006년 이후 수소차 개발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수소차도 단점이 있다. 수소차 운행을 위해선 전국 곳곳에 수소 충전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 설치 비용이 1곳당 수십억원이나 든다. 차 값도 비싸 투싼ix 수소차는 1대당 8500만원에 달한다. 수소 폭발 가능성도 우려된다.

◇"효율성 측면에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와 수소차 단점 때문에 2030년까진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이 앞서갈 것이란 관측도 있다. PHEV는 전기 충전과 함께 휘발유·경유를 이용하는 내연기관을 같이 사용해 효율성이 좋다. 평일 출퇴근 시 전기차 모드로 주행하고, 주말 먼거리 주행에는 내연기관을 사용할 수 있다. 보조금 지급 액수를 제외하면 가격도 전기차에 비해 저렴한 편. 이 때문에 대부분 자동차 업체들은 현재 PHEV를 많이 내놓았다. 기아차는 최근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인 니로의 PHEV 모델을 출시했고, 도요타도 지난 4월 PHEV 차량 프리우스 프라임을 선보였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올 하반기 최초 PHEV SUV '더 뉴 GLC 350 e 4MATIC'을 출시할 계획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 인프라와 각 차종 단점을 분석해보면, 2030년까지는 하이브리드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차량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친환경차는 결국 정부 시책과 맞물려 돌아가기 때문에 어떤 차종이 미래 대세가 될지 모른다는 분석도 있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현재 친환경차는 차량 가격이 비싸 구입 보조금에 따라 구매 성향이 갈린다"며 "정부 시책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친환경차 운명도 갈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