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상품권, 성남사랑상품권 등 실험 시행
서울·경기·제주, 블록체인 기술 전자화폐 추진중

지방정부의 화폐발행 실험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방정부가 지역화폐 발행을 통한 상권 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강원도는 지역화폐 일종인 강원상품권을 발행했고 성남시 역시 성남사랑상품권을 발행했다.

특히 서울과 경기, 제주의 경우 지역화폐를 최근 관심이 집중된 가상화폐로 발행하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가상화폐를 통해 보안, 역외 자금유출 방지 등의 지역화폐 본래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인호 고려대 교수는 “지역화폐의 경우 기존 화폐보다 상당히 제한적인 기능을 발휘할 수밖에 없다”며 “지역화폐를 가상화폐로 사용할 경우 제한적인 지역화폐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지역화폐 통한 상권살리기·복지배분

강원상품권

지역화폐는 특정 행정구역 내에서만 통용되는 화폐를 말한다. 지역화폐를 통해 주민들이 서로 소유한 자원을 교환하기도 한다. 대전의 두루, 과천 품앗이, 서초 품앗이, 성남누리 등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행정구역 외로 자금이 유출되는 것을 막고 외부 자금이 유입되는 목적으로도 지역화폐가 사용된다.

국내에서 성공한 지역화폐로 거론되는 것은 대전의 '두루'다. 지난 2000년에 나온 두루는 지역민들의 노동과 물품을 거래할 수 있는 교환제도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노동과 물품을 이웃에게 제공하고 자신도 다른 사람으로부터 필요한 노동과 물품을 제공받을 수 있는 다자간 품앗이 제도다. 이 과정에서 두루가 사용된다.

두루는 인간성 회복, 지역사회로의 회귀를 목적으로 주민들이 주체가 돼 만든 것이다. 이와 달리 강원도, 성남시 등 지방정부가 직접 발행하는 지역화폐도 있다.

강원도는 강원상품권을 올해 1월 출시했다. 강원상품권은 도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화폐로 지역자금의 외부 유출을 막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출범했다. 다른 지역 지역화폐와 달리 도내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도록 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전통시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

최문순 경기도 지사는 지난해 5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지역화폐를 통해 돈이 강원도에서 빠져나가지 않으면 강원도는 글로벌 경쟁 속에 들어가지 않고 살 수 있다"며 "강원도에서 일어나는 생산과 소비만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성남시 역시 지난해 1월부터 청년 취업난 해소를 목적으로 만 24세 이상 청년에게 연 50만원어치의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을 지급하고 있다. 역시 성남시 내 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데, 현재 가맹점 수는 7000여곳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해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성남 시 내 전통시장 매출이 약 26%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종술 대전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남시의 지역화폐는 복지재원 분배와 지역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성공적인 실험"이라며 "지역화폐는 지방정부, 자치구의 경제를 살리고 지역민끼리의 소통과 연계를 꾀할 수 있는 대안화폐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지역화폐, 가상화폐의 또 다른 실험장

조선DB

지역화폐의 활성화 분위기는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 붐으로 더 커지고 있다.

서울시와 제주시, 경기도의 경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전자화폐를 통해 지역화폐를 내놓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특히 서울시의 경우 에스코인을 올해 안에 출범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해 핀테크 기업 육성을 위해 현금이나 카드 없이 전통시장에서 QR코드로 결제 가능한 디지털화폐인 에스코인을 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대호 서울시 투자유치과장은 "복지재원을 시민한테 분배하는 그런 부분을 디지털로 바꾸는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며 "이 안에 프로세스가 복잡하고 이해관계자들이 많아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도 역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 추진을 준비 중이다. 특히 지역화폐 도입은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출마하면서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사안이다.

경기도의 경우 광역시 최초로 블록체인을 통한 주민제안사업 공모심사를 지난 2월 실시하기도 했다. 기존 단순 기표 방식이 아닌 블록체인을 통한 공동체 전원의 참여로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했다는 평가다. 남경필 경기도 지사는 당시 심사장에 참석해 "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4차 산업혁명으로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보완해 나가자"고 말했다.

지역화폐는 이처럼 전자화폐 등 방식으로 향후 활발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제주 지역 대학 및 민간 기관에서도 제주시 지역화폐를 가상화폐로 발행하는 방안을 건의하고 있다. 고충석 제주국제대학교 총장은 “블록체인을 사회 각 분야의 업무에 활용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며 “제주시 가상화폐를 통해 제주도민은 물론 제주방문 관광객을 통한 지역 경제 살리기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