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트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이달 들어 2017년형 지프 그랜드 체로키 리미티드 3.6을 600만원 할인 판매하는 파격 판촉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프리미엄 블랙박스와 하이패스 단말기도 무상 설치해준다. 인피니티코리아는 플래그십(브랜드를 대표하는 최상위 차종) 세단 Q70을 트림(세부모델)에 따라 최대 900만원까지 값을 내렸다. BMW코리아는 지난달부터 신형 5 시리즈와 M 시리즈 등을 제외한 일부 차종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판매에 들어갔다. BMW가 이처럼 주요 차종에 대해 3년 무이자 할부 프로모션을 펼치는 건 아주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지난해 7년 만에 마이너스 성장한 수입차 업계가 올 들어서도 판매가 신통치 않자 공격적 마케팅으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올 1~4월 국내 수입차 판매 대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 줄어든 상태. 이대로 부진의 늪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수입차 업계는 IMF 외환 위기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2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할 처지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할인은 업체마다 조금씩 매년 해왔지만 최근처럼 동시에 파격적으로 진행하긴 처음"이라고 전했다.

900만원 할인에 60개월 무이자 할부

수입차 업체들은 대대적 할인 공세뿐 아니라 다양한 혜택도 내걸고 있다. 한국닛산은 스포츠카 370Z 구매 고객에게 6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GM코리아는 캐딜락 대표 세단 CT6와 중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T5 구매 고객에게 48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준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스포츠 세단 재규어 XF 판매가를 300만원 낮췄다. 지난 3월엔 푸조가 중대형 세단 뉴 푸조 508 판매가를 200만~400만원 내렸고, 시트로엥은 C4 칵투스 일부 트림 가격을 200만원씩 인하했다.

여기에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UV 라인업을 대거 확충,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월 1일 이후 출시됐거나 사전 계약을 시작한 주요 수입 SUV 신차 모델은 9종. 이 기간 나온 전체 수입 신차 가운데 절반이 넘는다. 지난해 국내 수입 신차 중 SUV 비중은 30%였는데 2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지난달 메르세데스-벤츠는 쿠페 형태 중형 SUV 더 뉴 GLC 쿠페를 선보이며 7종 SUV 풀라인업을 완성했고, 캐딜락은 11년 만에 대형 SUV 에스컬레이드 4세대 모델을 선보였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오는 7월 올 뉴 디스커버리 완전 변경 모델을 내놓는다.

국내차 반격·규제 강화로 수입차 주춤

지난해 국내 수입차 판매량은 22만5279대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성장세가 꺾이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1%) 이후 처음이다. IMF 외환위기 충격으로 판매가 급감한 1997년(-21.1%)·1998년(-74.5%)과 2009년을 제외하면 수입차 판매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두 자릿수 이상 성장률을 기록했다.

수입차 성장세에 제동이 걸린 건 우선 국내 자동차 업계가 지난해부터 신차를 잇따라 출시하면서 적극 방어에 나선 결과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내놓은 신형 그랜저는 지난 4월까지 5개월 연속 월 1만대 판매 기록을 세웠다. 르노삼성이 지난해 출시한 중형차 SM6는 올 1분기 판매량이 작년 동기 대비 73.2% 늘어나며 '신차 효과'를 이어갔다. 고가(高價)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사들인 다음 개인적으로 쓰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던 '무늬만 업무용차'에 대한 정부 규제 강화도 수입차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인증 서류 조작 등으로 국내에서 판매 중지 처분을 받은 폴크스바겐 영향도 컸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올해는 수입차 판매가 완전히 개방된 지 30년째 되는 해로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이 150만대를 돌파하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지만, 내놓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는 지났다"며 "국내 투자 확대와 서비스 강화로 질적 성장을 꾀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