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억 제주 콘도 경매는 5차례 유찰 끝에 6억대로 곤두박질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서 한동안 호황을 누렸던 제주도 호텔들이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여파로 장사가 안 돼 잇따라 매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제주 호텔의 주요 고객이었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매물로 나온 제주도 호텔들은 찾는 투자자들이 없어 20억~30억원씩 매도 호가를 낮추기도 한다. 경매에 나온 호텔들도 몸값이 곤두박질치기는 마찬가지. 유찰이 반복되면서 최저 입찰가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 제주시에 있는 지하 1층, 지상4층, 연면적 8000㎡짜리 A호텔은 작년 초 110억원에 매물로 나왔지만, 팔리지 않자 최근 매도 호가를 90억원까지 낮췄다. 이 호텔은 개인 투자자가 매입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지난 2010년 재개장했다. 호텔 매입과 리모델링에 100억원이 넘는 돈이 투입됐다. 이 호텔을 보유 중인 개인 투자자는 사드 보복 여파로 중국 관광객이 줄어든 것을 고려해 최근 매도 호가를 낮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시 연동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10층짜리 B호텔은 사드 보복이 시작된 3월 초부터 휴업에 들어갔다가 3월말 호텔을 부동산 개발업체에 매각했다. 주변 부동산 시세를 감안한 B호텔의 가격은 원래 130억원선이었지만, 실제로는 97억원에 팔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텔은 지난해 여름만 하더라도 150개가 넘는 객실 가운데 빈방이 거의 없을 정도로 관광객이 몰렸던 곳이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호텔 투숙객이 급감, 2월에는 투숙률이 한 자릿수에 그쳤다.

경매 시장에서도 제주 호텔의 인기가 시들하다.

제주시 애월읍의 부티크호텔 ‘빌라드애월’은 두 번의 유찰 끝에 지난 4월 열린 세 번째 경매에서 낙찰됐다. 이 호텔의 감정가는 287억원이지만 실제 낙찰가는 감정가의 66%인 190억원에 그쳤다. 두 차례 유찰로 경매 시작 가격이 140억원까지 떨어졌는데 세 번째 경매에서 11명이 입찰에 나서며 190억원까지 오른 것이다.

제주 애월읍 부티크호텔 빌라드애월.

수익형 부동산으로 선보이던 분양형 호텔과 콘도 투자 열기도 빠르게 식고 있다.

분양형 호텔 ‘아트스테이 제주함덕호텔 (옛 골든튤립 제주함덕호텔)’의 한 객실은 지난 3월 감정가 1억6500만원에 경매에 부쳐졌지만 두 차례나 유찰됐다. 제주시 애월에 있는 콘도 64개 객실은 지난 2015년 처음 경매에 부쳐진 이후 지금까지 다섯 차례나 유찰됐다. 이 콘도의 최초 감정가는 38억4600만원이지만, 오는 6월에 있을 경매의 최저 매각가격은 6억4600만원까지 떨어졌다.

호텔을 포함한 제주도 상업시설의 경매 낙찰가율도 크게 하락했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2월 제주도 상업시설 낙찰가율은 1월(147.3%)보다 75.3%포인트 하락한 72.0%에 그쳤다. 3월에는 저가 매수를 노린 수요가 몰리면서 낙찰가율이 전달보다 소폭 오른 79.7%를 기록했다.

제주도 부동산 중개업계 관계자는 “중국인 관광 붐으로 한동안 호텔 건물 가격이 너무 올라 거래가 힘들었는데, 최근 가격이 떨어지면서 조금씩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의 기조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제주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은 늘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3월 15일부터 한국 단체여행 상품 판매를 제한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중국의 한국 단체여행이 중단된 3월 중순 이후 4월 20일까지 제주를 찾은 중국인 여행객은 하루 평균 1243명으로, 전년(2016년) 같은 기간의 하루 평균치(7530명)보다 83.5%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