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그룹 전체 수출액은 524억달러였다. 작년 한국 전체 수출액의 11%를 차지한다. 정유와 이동통신 등 내수 사업을 주력군으로 하던 SK가 이처럼 수출 기업으로 거듭난 데는 2012년 하이닉스 인수라는 결단이 있었다.

지난 8일로 창립 64주년을 맞은 SK는 이제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수출 기업으로 바뀌고 있다. 4월 8일은 1953년 창업주 최종건 회장이 선경직물을 세운 날이다. SK 관계자는 "시장 예상가를 뛰어넘은 3조3000억원을 주고 하이닉스를 인수했을 때 부정적인 전망이 많았으나 지금은 그룹 체질 개선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ICT 계열사 수출 17조원

최태원 회장은 평소 "에너지·화학 중심 비즈니스만으론 성장이 정체하다 고사(枯死)하는 '슬로 데스(Slow Death)'를 맞을 수 있다"면서 신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2012년 하이닉스가 매물로 나오자 부채 9조3600억원과 누적 결손액 1조7000억원을 떠안으면서까지 인수를 결정했다.

최태원(오른쪽) SK그룹 회장이 작년 9월 SK하이닉스 중국 충칭(重慶) 공장을 방문, 반도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인수 이후 반도체 가격이 폭락하면서 경쟁사들이 투자를 줄일 때 최 회장은 투자를 늘렸고 이 결단이 지금 성과를 낳고 있다. 올해도 SK는 하이닉스에 7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하이닉스 연구개발(R&D)비는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서 작년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으로 늘었다.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 C&C 등 그룹 내 ICT 계열사들 작년 매출은 37조4000억원, 수출은 17조원이었다. SK하이닉스가 그룹에 편입되기 이전인 2011년 ICT 계열사 전체 매출(17조600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수출은 1300억원에서 127배 증가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다른 ICT 계열사도 성장했다. 전형적인 내수 기업으로 분류되던 SK㈜ C&C도 작년 7600억원을 수출, 5년 전보다 약 7배 성장했다.

◇글로벌 파트너링과 4차 산업에 집중

오랫동안 주력군 역할을 맡던 에너지·화학 계열사(SK이노베이션, SK에너지, SK케미칼 등)들도 지난해 매출 51조3000억원, 수출 30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중국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시노펙(Sinopec)과 우한(武漢) 에틸렌 합작 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 유력 기업들과 자원·기술 협력을 통한 '글로벌 파트너링' 전략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ICT 계열사들은 '4차 산업' 사업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이 이달 초 인공지능(AI) 사업단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기구로 신설했고, 5G(5세대 이동통신)와 IoT(사물인터넷) 기술을 자율주행차에 적용한 커넥티드카, 차세대 보안 솔루션 '양자암호통신' 등 서비스 개발에도 나서고 있다. SK㈜ C&C는 미국 IBM 인공지능 솔루션 '왓슨'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 '에이브릴'을 개발, 의료 분야 진출을 노리고 있다. SK그룹 이항수 전무는 "SK그룹은 하이닉스 인수 이후 한국 전체 수출의 1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