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전기자동차는 주행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약점으로 꼽혔다. 지금까지 출시된 대부분 전기차의 1회 충전 시 주행거리는 200km 안팎에 머물렀다. 그마저도 에어컨·히터 등을 틀거나 차량 안의 여러 가지 기능들을 사용하면 주행가능 거리가 쑥쑥 줄어들었다. 주행가능 거리를 늘리려면 배터리 성능이 개선돼야 할 뿐 아니라 자동차 강판, 타이어 등 차량 전 부분의 경량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쉐보레는 이런 여러 부분을 개선해 1회 충전으로 383km를 주행할 수 있는 ‘볼트 EV(Bolt EV)’를 내놨다. 국내에 출시된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긴 주행거리를 자랑한다. 볼트EV는 지난달 17일 사전 예약을 시작한지 하루만에 2000대가 넘는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들여오는 물량이 400대에 불과해 2000명의 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추첨을 통해 차량을 인도할 예정이다. 그 외 일부 물량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볼트EV를 경험할 수 있도록 롯데렌터카에 공급하기로 했다.

볼트EV는 회생제동장치가 두 개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회생제동장치는 속도를 줄이거나 멈출 때 남는 에너지를 배터리 충전에 사용하는 장치다. 속도가 줄어들 때 모터의 운동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변환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시스템이다. 회생제동장치를 이용하면 인증 주행거리보다 더 긴 거리를 갈 수 있다. 지난 6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KINTEX)에서 파주 헤이리까지 왕복 약 60km 구간을 시승했다.

쉐보레 볼트EV.

◆ 두 가지 회생제동장치, 고속주행보다 도심 운전에서 유용

전기차답게 시동을 켜도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가속 페달을 밟자 ‘쉭’하는 모터음 소리와 함께 빠르고 조용하게 속도가 붙었다. 가속력이 뛰어났다. 볼트EV의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6.7kg.m이며 정지상태에서 시속100km(제로백)까지 7초가 걸린다. 최고 속도는 160km정도다.

볼트EV는 주행 중 에너지를 충전하는 두 가지의 회생제동장치를 사용할 수 있다. 하나는 스티어링휠 왼쪽에 달린 패드를 누르는 방식(리젠 온 디맨드·Regen on Demand)이고 다른 하나는 기어를 조정(L모드)하는 방식이다. 주행 중 스티어링휠 왼쪽의 패들을 당기면 속도가 줄어들면서 에너지가 저장된다. 또 기어를 L모드에 두면 가속 페달에서 발을 떼기만 해도 속도가 줄면서 주행가능 거리가 늘어난다.

볼트 EV 충전구는 왼쪽 앞바퀴 위쪽에 있다.

두 가지 기능은 고속도로보다 일반 도로에서 유용했다. 날씨가 쌀쌀해 스티어링휠과 좌석의 열선을 켜고 히터까지 켠 상태로 주행했다. 자유로에서 달릴 때는 주로 가속을 하고 회생제동기능을 쓸 일이 거의 없어 주행 가능 거리가 금방 줄어들었다. 실제로는 20km정도 주행을 했음에도 주행가능거리는 50km정도 감소했다.

하지만 시내에서 운전하며 멈춰서기를 반복하자 5km를 주행해도 주행가능거리가 1km밖에 줄어들지 않았다. 60km정도의 시승을 모두 마치자 계기판에 표시된 주행가능거리는 출발 전 330km에서 230km로 100km정도가 줄어든 상태였다.

볼트EV 내부.

◆ 내비게이션 기능 없는 것은 단점, 가격은 보조금 혜택 전 4779만원

실내 공간은 쉐보레 준중형 세단 크루즈보다 작고 경차 스파크보다는 크게 느껴졌다. 키 168cm인 기자가 뒷좌석에 앉아보니 무릎이 앞좌석에 닿을 듯한 정도였다. 볼트EV의 전장은 4165mm, 전폭 1765mm, 전고는 1610mm이며 공차중량은 1620kg이다. 배정받은 차는 메탈릭 그레이 색상이었다. 볼트EV는 퓨어 화이트, 스카이민트 블루, 메탈릭 그레이, 브릭 오렌지 총 4가지 외장 색상으로 출시됐다.

시트 조절을 수동으로 해야 하는 것은 아쉬운 점이었다. 8인치 계기판에는 주행가능거리와 전력 사용량 등이 표시된다. 센터페시아에는 10.2인치 터치스크린이 탑재됐다. 터치스크린을 통해 배터리 충전 상태, 에너지효율 상태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애플 카플레이도 사용할 수 있다. 내비게이션 기능이 없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차선유지 보조, 차선이탈 경고, 전방 보행자 감지·제동, 스마트 하이빔 등 다양한 안전 시스템이 탑재됐다. 또 타이어에 구멍이 생기더라도 타이어 내부에 도포된 실링제가 자동으로 손상을 메워 공기의 누출을 막는 미쉐린의 셀프-실링 타이어를 장착했다.

LG화학이 공급하는 볼트EV 배터리의 용량은 60kWh다. 급속 충전시 한 시간 내에 80%를 충전하며, 완속 충전시 완충까지 9시간 45분이 걸린다.

쉐보레 볼트EV의 가격은 보조금 혜택 전 4779만원이며 세이프티 패키지 옵션을 선택하면 4884만원이다. 보조금 혜택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