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호황은 최근 한국 유통업계의 큰 관심사다. “모두 죽겠다고 하는데, 편의점만 잘 나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유통망이 침체된 상황에서 ‘유일하게’ 잘 나가는 편의점의 매력이 무엇인지 유통산업포럼에서 짚어봤다.

국내 편의점은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편의점 ‘3강’인 CU, GS25, 세븐일레븐의 전체 점포는 총 3만개를 넘어섰고, 여기에 업계 4, 5위인 미니스톱과 위드미 점포를 더하면 조만간 편의점 4만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관측된다.

임재국 대한상공회의소 유통물류부문 연구위원은 편의점 업계의 성장 배경에 대해 “1인 가구와 고령 인구 증가 때문”이라고 밝혔다.

세븐일레븐 산천점은 편의점 업계 최초로 무인 세탁 서비스를 도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중은 2000년 15.5%에서 2015년 27.1%로 늘어났다. 편의점은 이런 추세를 반영해 1인 가구를 위한 가정간편식·소용량 제품 판매와 함께 ‘택배 대신 받기’ 등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여 1인 가구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임 연구위원은 ‘PB(자체 상표) 상품 개발’도 편의점 업계 성장의 비결로 꼽았다. CU, GS, 세븐일레븐은 각각 자체브랜드인 HEYROO, YOU US, 세븐을 선보이며 해마다 수백개에 달하는 PB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편의점 3사의 매출 10위권 품목 중 절반 이상이 도시락, 생수, 커피 등의 PB상품이었다.

얼마 전부터는 이종산업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CU, GS25, 세븐일레븐은 원두커피 시장에 이어 택배 보관 및 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외에도 전기차 충전, 은행 업무, 세탁 등 신시장 진출에 나섰다.

심태호 AT커니코리아 파트너는 “편의점 업체는 시장 수요에 맞춰 진화해야 한다”면서 “한국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을 분석해 일본처럼 100엔샵, 여성전용 등 다양한 형태로 출점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편의점은 오래전부터 1인 가구와 직장인을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그 수요에 맞춘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했다. ‘단카이 세대(베이비붐 세대)’가 환갑을 맞이한 시기인 2005년부터는 노년층을 타깃으로 식당, 약국 등의 역할을 하는 편의점이 대세가 되는 분위기다. 경험을 중시하는 20~30대 젊은층과 여성 등 새로운 소비층의 입맛에 맞춘 프리미엄 점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제공

일각에서는 편의점 시장이 성장하면서 본사·가맹점주간 갈등, 골목상권 침해 논란 등 일본과 유사한 부작용을 겪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염규석 한국편의점산업협회 부회장은 “지난 1994년 지나친 출점 경쟁으로 가맹점주들이 고통받았던 일본처럼 현재 한국 편의점 업계도 자영업자와의 상생, 정부 규제 등 다양한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부담스러운 요인이다. 일례로 세븐일레븐의 세탁업 진출과 관련해 1호점이 있는 용산 인근 세탁소 운영업자들은 공동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이 와이셔츠 당 99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편의점 업계가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재국 BGF리테일 상품 본부장은 “질병·재난 지역에 생활용품을 지원하는 등 다양한 사회공헌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