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현수(33)씨는 출·퇴근 길 지하철에서 유튜브나 페이스북 앱을 실행해 여러 동영상 콘텐츠를 즐긴다. 통신사의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에도 가입해 있다. 김 씨는 “유튜브에는 정규 방송 콘텐츠가 올라오진 않지만 하이라이트 영상들이 짧게 올라와 편히 즐기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정주부인 최보람(29)씨는 집에 TV가 없다. 당연히 인터넷TV(IPTV)와 케이블TV 서비스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최 씨는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연결해 영화나 드라마 VOD를 구매하거나 TV 서비스 정액제에 가입해 보고싶은 영상만 다시보기를 한다”며 “최신 유료 VOD도 조금만 기다리면 무료로 서비스되기 때문에 IPTV나 케이블TV에 가입할 필요성을 못느낀다”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로 동영상을 소비하는 사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네이버·카카오·페이스북이 스크린 전쟁을 벌이고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흩어져 있던 동영상 서비스를 각각 네이버TV와 카카오TV로 통합했고 페이스북은 최근 스포츠 독점 중계권을 확보하며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17일 네이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최근 네이버 TV 캐스트와 네이버미디어플레이어를 네이버 TV로 통합 개편했다. 네이버 TV 웹을 비롯한 모바일 웹과 앱에서도 고화질 콘텐츠 영상을 즐길 수 있도록 업그레이드된 것이다. 예능, 미용, 게임 등의 카테고리로도 나눌 수 있는 주제형 TV 콘텐츠도 강화했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네이버TV와 카카오TV로 동영상 콘텐츠 강화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는 다음TV팟과 카카오 TV를 통합 플랫폼으로 만들어 ‘카카오TV’로 정리하고 대도서관, 윰댕, 김이브 등 아프리카TV와 유튜브 등에서 활동하는 1인 방송 제작자들을 참여시켰다.

특히 카카오는 카카오TV를 카카오톡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카카오톡에서 동영상 채널을 플러스 친구로 추가하면 해당 채널의 라이브 방송과 업데이트된 영상을 카카오톡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이브 방송이 시작되면 카카오톡 채팅 탭의 채팅방 이름 옆에 라이브(Live) 표시가 뜬다. VOD 영상을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받거나 플러스 친구 소식을 통해 확인하는 것도 가능하다.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는 페이스북은 사용자를 확실히 끌어들이기 위해 ‘판권 직접 구매’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 회사는 13일 미국 프로축구(MLS)와스페인어 방송사 유니비전 커뮤니케이션과 계약을 맺고 2017년 정규 시즌 경기를 독점 생중계하기로 했다.

또 페이스북 TV용 비디오 앱을 별도로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와 함께 스마트 TV에 페이스북에서 볼 수 있던 고화질 영상을 볼 수 있도록 앱을 탑재하는 형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스포츠, 과학, 대중 문화, 라이프 스타일, 게임, 청소년 등 6가지 장르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구글의 동영상 서비스 유튜브는 지난 2월 미국 방송사 ABC CBS NBC 등 40여개의 TV 콘텐츠를 제공하는 ‘유튜브 TV’를 공개했다. 월 이용료 35달러(약 4만원)를 내면 지상파와 케이블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가입형 TV 스트리밍 서비스다. 유튜브 TV는 스포츠 중계를 포함한 거의 모든 라이브 방송을 제공한다. 이들 채널에서 제공하는 VOD도 다시보기 시청이 가능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전통 TV에서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로 넘어오는 사용자를 잡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면서 “사용자 유입을 위해 투자비용이 발생하더라도 꾸준히 콘텐츠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국 이들 서비스 업체들이 노리는 것은 광고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온라인 광고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동영상 광고비는 3149억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6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각종 동영상을 제작해 인터넷으로 유통하는 다중채널네트워크(MCN) 시장도 지난해 2000억~3000억원으로 커졌다.

네이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가 국내 검색 점유율이 높다고 하지만, 동영상 점유율은 이에 크게 못미친다”면서 “(구글, 페이스북 등) 해외 서비스들이 무서운 속도로 동영상 광고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관계자는 “(사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기 위해) 늘 콘텐츠 강화를 고민하고 있다”면서 “그런 맥락에서 각종 판권 확보도 추진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