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생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 시리즈의 중국 최대 고객사 메이주(Meizu)가 지난해부터 삼성 제품 대신 대만의 미디어텍(Mediatek)을 사용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삼성은 칩 공급 가격을 낮추는 등 적극적인 해결에 나선 상황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달 중국 메이주 본사에 임직원 30여명을 파견해 모바일 AP 공급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했다. 삼성전자에 정통한 관계자는 "메이주가 올해 출시할 예정인 프리미엄 스마트폰 M 프로7(Pro 7) 제품에 삼성 '엑시노스 8895'를 탑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삼성이 급하게 메이주와 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칩이 탑재된 지난해 메이주의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주 프로6’.

메이주는 지난 2003년 잭 웡(Jack Wong) CEO가 창업한 기업으로, 지난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사업에 뛰어들었다.

중국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신흥 강호인 메이주는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을 늘리기 시작해 연간 2000만대 규모의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다크호스'로 성장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6%를 기록하며 상위권에 진입했다.

메이주는 그동안 삼성전자의 엑시노스를 주력 스마트폰에 탑재해온 사실상 유일한 대형 고객사다. 메이주는 지난 2014년 메이주 프로4에 엑시노스 5430, 2015년 출시된 메이주 프로5에는 엑시노스7420 등 삼성전자의 최신 AP를 탑재해왔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사용하는 다수의 스마트폰 기업과 달리 삼성의 칩으로 차별화를 모색해온 것이다.

메이주의 기조가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메이주는 지난해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델인 메이주 프로를 '프로6'와 '프로6 플러스'로 나눴는데, 프로6 플러스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삼성전자의 최신 모바일 AP인 '엑시노스 8890'을 탑재했지만 주력 제품인 프로6 제품에는 미디어텍의 '헬리오 X25'를 적용한 바 있다.

올해 메이주가 출시할 예정인 M 프로7은 업계 최고급 사양을 목표로 개발 중인 제품이다. 그동안 저가형 스마트폰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경쟁사인 화웨이를 잡겠다는 포부다. 업계에 따르면 M 프로 7은 애플 아이폰과 같은 글래스 바디에 최고 수준의 모바일 AP, 맵스(MAPS)의 자기공진 무선충전 기능 등을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주가 삼성전자의 칩 대신 미디어텍의 제품을 검토 중인 가장 큰 이유는 삼성전자의 10나노 공정 기반 모바일 AP인 엑시노스8895의 공급시기와 물량 등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장 유력하다.

특히 메이주 입장에서는 삼성의 최신 칩이 경쟁사인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갤럭시S 시리즈에 먼저 적용되고 수개월 지난 후 공급받을 수 있는 것에 대한 불만도 큰 상황이다.

이에 중국으로 급파된 삼성전자는 메이주에 엑시노스 칩 공급 가격을 수준 낮추는 등의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사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 파견된 30명의 직원 중 20여명은 현지에 남아 기술을 지원하는 등 메이주 잡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전자 시스템LSI 사업부는 현재 메이주와 공급 물량과 계약 조건 등을 다시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급을 재개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구체적인 부분에 대해 말할 수 없지만 하반기 메이주의 플래그십 모델에 엑시노스 칩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