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이달 초 독일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CEO(최고경영자) 출신을 이사회 의장으로 깜짝 임명했습니다. 주인공은 짐 하게만 스나베(51). 1990년부터 SAP에서 22년 근무했던 '소프트웨어 전문가'입니다. 특히 2010~2014년엔 SAP에서 '빅데이터 솔루션' 사업을 주도했습니다. 그는 독일 제조업의 상징인 지멘스의 이사회 공동의장까지 함께 맡는다는 사실이 알려져 더욱 화제입니다. 물건을 실어나르는 해운과 IT가 무슨 관련이 있기에 머스크는 그를 이사회 의장으로 앉혔을까요? 정답은 '4차 산업혁명'에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모든 산업이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등의 ICT(정보통신기술)와 융합되는 것을 말합니다. 전 세계 해운업은 지금 공급 과잉 속에서 상대방을 무너뜨리기 위해 저가(低價) 경쟁도 서슴지 않는 '치킨게임'이 한창입니다.

머스크는 이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전통 물류산업을 IT와 접목시키겠다는 메시지를 확실히 했습니다. 해운사의 경쟁력은 물건을 배에 싣는 순간, 목적지 도착 시에 얼마의 수익을 낼지 누가 가장 정확하게 계산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합니다. 컨테이너선 하나에 1만개의 화물을 싣는다고 가정하면, 거기엔 수십개 나라, 수백개 업체의 물품이 실립니다. 내려줄 곳도 수십개 항구가 됩니다. 운송기간·연료비·인건비 등을 모두 따져 수익을 빠르게 계산해 내야만 운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겁니다. 따라서 해운업도 소프트웨어 시스템을 잘 구축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우리 해운업계에서 옛 한진해운이 현대상선보다 경쟁력이 높다고 한 데는 규모뿐 아니라 이 같은 소프트웨어 시스템이 더 뛰어났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남은 대형 국적 해운사는 현대상선뿐입니다. 당장 노선 경쟁력 확보 등도 중요하지만,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과감한 투자 역시 절실한 상황입니다. '구조조정 실패'로 해외 경쟁사들은 앞으로 가는데 우리만 뒤로 간다는 비판을 무색하게 할 미래지향적인 해운업 강화 방안을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