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처리장치(GPU) 업체 엔비디아의 성장세가 무섭다. 이 회사의 지난 4분기 매출이 인공지능(AI) 영역의 빠른 성장에 힘입어 전년보다 50% 이상 늘었다.

엔비디아는 지난 4분기(2016년 11월~2017년 1월) 총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55%, 직전 분기 대비 8% 늘어난 21억7000만달러(약 2조5000억원)를 기록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지난 1년간(2016년 2월~2017년 1월) 기준 총매출액은 69억1000만달러(약 7조94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8% 늘었다.

지난 CES 2017에서 첫 기조연설자로 나선 젠슨황 엔비디아 CEO.

엔비디아는 PC에 쓰이는 GPU뿐만 아니라 AI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에 쓰이는 GPU도 생산·판매하고 있다. 특히, 딥러닝에 필요한 프로그래머블 GPU와 GPU 컴퓨팅 플랫폼을 앞세워 AI 분야 대표적인 부품업체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4분기에서는 데이터센터용 제품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3배 늘어 2억9600만달러(약 3404억원)를 달성했다.

엔비디아는 수년 전부터 AI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딥러닝 시장을 개척해왔다. 딥러닝에 필요한 GPU 코어와 대량의 메모리를 탑재하고 애플리케이션 처리 속도를 높인 ‘테슬라(Tesla)’ GPU를 선보인 것이 대표적이다.

딥러닝은 기계학습의 일종으로, 컴퓨터가 사람처럼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인공신경망을 기반으로 대량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기술이다. 딥러닝이 가능하려면, 기계가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교적 간단한 연산처리 과정이 수없이 반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슈퍼컴퓨터 기술과 병렬 처리 기술이 필수다. 연결된 컴퓨터가 많을수록 동시에 쏟아지는 많은 데이터를 반복해 처리할 수 있고, 컴퓨팅 속도가 데이터 처리 속도를 좌우하기 때문이다.

보통 슈퍼컴퓨터에 쓰이는 GPGPU(일반 목적으로 쓰이는 그래픽칩)는 중앙처리장치(CPU)보다 병렬 처리 능력이 뛰어나 딥러닝,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수학적 계산을 필요로 하는 분야에 고루 사용되고 있다.

젠슨황(Jen-Hsun Huang)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딥러닝을 실시간으로 빠르게 수행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엔비디아의 GPGPU는 유통, 생명과학, 사물인터넷(IoT), 자동차 등 딥러닝 AI 적용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구글, IBM 등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과 대학 연구실을 비롯한 많은 연구개발 기관이 엔비디아의 ‘테슬라 GPU’를 사용한 딥러닝 개발에 돌입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 영역이 의료, 유통, 운송과 금융 분야까지 넓어짐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GPU 수요가 늘어 엔비디아의 성장이 꾸준히 이뤄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젠슨황 CEO는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박람회인 ‘CES 2017’에서 첫 기조연설자로서 나서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젠슨황 CEO는 인공지능이 탑재된 안드로이드 TV(쉴드 TV)를 선보이고 완전 자율주행차 출시 계획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