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은 네이버(NAVER(035420))에 있어 중요한 해다. 회사의 상징적 존재와 같은 창업자(이해진 이사회 의장)가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으로 떠나며, CEO 역시 8년 간 자리를 지켜온 김상헌 대표에서 한성숙 서비스총괄부사장으로 바뀐다.

올해 네이버의 경영 성패 여부는 새로운 리더십에 달려있다. 회사의 ‘권력 구조’ 재편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만 이 의장의 부재 속에서도 국내 인터넷 업계 내 절대적 위치를 공고히 하고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도약을 이뤄낼 수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내정자, 송창현 네이버 CTO 겸 네이버랩스 대표이사, 신중호 라인 CGO (왼쪽부터)

네이버 새 리더십의 골자는 광고로 대변되는 ‘사업’과 기술을 이원화해 각각 한 대표 내정자,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에게 일임하는 것이다. 광고 등 사업이 네이버의 ‘현재’라면, 기술은 네이버의 ‘미래’에 해당된다. 한 대표 내정자와 송 CTO가 각각 회사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고 신중호 라인(LINE) 글로벌총괄책임자(CGO)가 이를 아우르는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 네이버의 광고 시장 장악, 한성숙 대표 손에 달렸다

한성숙 대표 내정자는 회사 내 대부분 사업부에 대한 장악력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총괄해온 인물이다. 이 의장이 한 대표 내정자를 차기 CEO로 발탁한 이유 역시 그의 서비스 총괄 역량을 높이 샀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네이버에서 가장 중요한 사업은 광고다. 지난해 회사 전체 매출 가운데 75%가 광고에서 나왔을 정도다. 따라서 한 대표 내정자에게 주어진 가장 큰 임무도 네이버의 광고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네이버 커넥트 2017’ 행사에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내정자가 기조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 내정자는 네이버를 ‘기술 플랫폼’으로 성장시키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 대표 내정자는 최근 임직원들에게 “광고주들이 사용하기 좋은 기술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고 말하기도 했다. 즉, 네이버가 계속해서 광고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탄탄한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 의장이 네이버를 기술 기업으로 키우겠다고 선언하자 한 대표 내정자 역시 기술 플랫폼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했으나, 그가 강조하는 기술이란 인공지능(AI) 등 ‘미래 기술’이 아닌 ‘광고주·파트너들의 편의를 위한 기술’에 가깝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지난해 12월 결성된 네이버 ‘기술플랫폼위원회’ 역시 광고주와 파트너들의 편의를 위한 기술 적용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본다. 기술플랫폼위원회는 네이버에서 기술을 담당하는 셀 또는 프로젝트 리더들이 모여 논의하는 협의체로, 네이버랩스 출신의 김태웅 리더가 총괄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신기술을 기존 서비스에 접목, 파트너와 광고주들의 편의를 도모하는 것이 주요 목적 중 하나로 알려졌다.

◆ ‘미래 먹거리’ 책임질 송창현 CTO

한 대표 내정자가 광고 등 현재의 사업을 책임진다면, 네이버의 미래를 책임질 인물은 송창현 CTO다. 송 CTO는 지난해 말 분사한 네이버랩스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네이버랩스는 네이버가 3년 간 1200억원을 출자하기로 한 연구개발(R&D) 담당 자회사다. 네이버랩스는 베일에 싸여있는 조직으로, 조직도나 전체 직원 수 등의 정보도 공개한 적이 없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현재 네이버랩스 직원은 약 200명에 달한다. 이 중 핵심 엔지니어는 80명 정도다. 80여명 중 상당수가 웹브라우저 ‘웨일’ 개발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외의 서비스는 대부분 서너명으로 구성된 팀이 개발하고 있다. 그만큼 개발자 한 명 한 명의 존재감이 매우 큰 조직이다.

네이버랩스를 이끌고 있는 송 CTO는 HP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을 두루 거친 엔지니어다. 이 의장이 절대적으로 신임하고 있는 인물 중 한 명으로 알려졌다. 송 CTO는 지난 2008년 김평철 전 CTO의 소개로 네이버에 합류했으며, 2015년부터 CTO직을 맡고 있다.

송 CTO를 필두로 한 네이버랩스 연구원들이 최근 가장 몰두하고 있는 기술은 음성인식 비서와 자율주행차다.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한 챗봇의 가상 이미지. 해당 이미지는 네이버가 지난해 10월 개발자 컨퍼런스 ‘데뷰(DEVIEW)’에서 처음 공개했다.

네이버랩스는 음성인식 기술을 활용해 음식 배달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 중인 우아한형제들, 숙박 서비스 업체 야놀자 등 파트너사와 제휴를 맺고 메신저 ‘라인’을 기반으로 한 챗봇을 출시할 예정이다. 또 음성인식 비서 ‘아미카(Amica)’를 활용한 AI 비서도 조만간 출시된다.

자율주행차 역시 최근 국토교통부로부터 주행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에 한발 다가간 상황이다. 네이버랩스는 최근 회사 정관 사업 목적에 ‘자동차 부속품 및 관련 용품의 제조 임대 판매 서비스업’과 ‘카셰어링 및 관련 중개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송 CTO는 특히 자율주행차를 위해 네이버 지도를 개편하는데도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비트맵 방식에서 벗어나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벡터 방식을 적용, 더 정교한 길 안내를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다.

◆ 150여명 ‘J TF’ 이끄는 신중호, 네이버의 구심점으로

한 대표 내정자와 송 CTO가 각각 광고·사업과 기술을 맡는다면, 신중호 라인 CGO는 기술과 사업을 아우르는 핵심적인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인터넷 업계에 따르면, 신 CGO가 이끌고 있는 J TF는 지난해 11월 발족해 인원만 약 140~15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7~8개 팀으로 구성됐으며 한 팀 당 약 20명이 소속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J TF의 ‘J’를 인공지능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자비스(Jarvis)나 신중호(Shin, Joong-ho)의 이름 중간 글자에서 따온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TF 앞에 붙은 ‘J’는 별다른 뜻이 없다며 상세 내용을 밝히길 꺼려하고 있다.

J TF는 그동안 네이버랩스에서 개발한 기술들을 네이버·라인 플랫폼을 통해 한국과 일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네이버랩스에서 만든 ‘미래’를 네이버의 ‘현재’ 사업에 구체적으로 적용하는 임무를 맡은 것으로 보인다.

신 CGO는 사실상 이해진 의장이 맡아온 최고전략책임자(CSO)의 역할을 수행하며 네이버의 구심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