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관이 의료와 정보통신기술(ICT) 융합에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의료업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연세의료원, 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주요 병원이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Big data)를 활용하는 프로젝트를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들 병원은 의료정보 뿐만 아니라 행정, 재정, 법적 문제 및 서비스 등을 통합관리하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ospital information system·HIS)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방대한 정보가 축적, 생산되는 병원 내 빅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하고 이를 질병 진단과 환자 치료, 연구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연세의료원, 서울아산병원(상단 왼쪽부터 시계 방향)

◆ 서울대병원 ‘베스트 케어 2.0’, 삼성서울병원 ‘다윈’…정밀의료 가동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각각 ‘베스트케어(BESTCare) 2.0’과 ‘다윈(Data Analytics and Research Window for Integrated Knowledge·DARWIN)’이라는 이름의 차세대병원정보시스템을 가동하고 차세대 프로젝트에 발을 내딛었다. 최근 서울대병원은 ‘정밀의료’ 플랫폼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착수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IT기술을 접목해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진단과 치료, 연구에 적극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병원은 올해 상반기 내로 정밀의료 플랫폼을 구축해 하반기 내에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에서 환자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정밀의료 플랫폼 서비스에 나서는 것은 서울대가 처음이다. 우선 ‘희귀암’에 정밀의료 플랫폼을 적용할 예정이다.

서울대병원의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베스트케어 2.0’은 한 화면에서 의료진이 환자의 모든 의료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높은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의료기관 곳곳에 흩어진 정보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연구용 데이터웨어하우스(DW)와 정밀의료를 위한 데이터 웨어하우스(DW)를 구축해 정밀의료 서비스 플랫폼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밀의료 플랫폼이 가동되면 진단의 정확성을 높여 개인 맞춤형 치료를 가능케 해 치료 뿐만 아니라 연구 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최진욱 서울대병원 정보화실 부실장(의공학과 교수)는 “환자의 의료 빅데이터를 보고 병원 안팎의 암 전문가 뿐만 아니라 바이오인포메틱스 연구진도 함께 모여 상호소통할 수 있게 됐다”면서 “환자를 정확하게 진료할 수 있는 맞춤형 의료 환경이 구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도 차세대병원정보시스템 ‘다윈’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는 개인 맞춤의학, 융합진료를 적극 나설 계획이다. 병원은 암 유전체 분석 및 아바타 시스템 등 병원이 보유한 핵심기술을 고도화해 임상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진일보하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권오정 삼성서울병원장은 “줄기세포 제조 및 허가, 승인을 통해 줄기세포 치료제의 파이프라인을 확대하고, 이러한 중점분야 핵심 기술을 활용해 외부 기업과 조인트 벤처 설립 등 전략적 기술 사업화를 통해 연구 재원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또 “암유전체 기반 개인 맞춤의학, 최소 침습수술, 심장과 뇌혈관의 융합진료 및 환자 중심의 통합진료와 같은 강점을 더욱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삼성전자 소속이었던 생명과학연구소는 올해 삼성서울병원 소속으로 전환됐다.

권오정 병원장은 “새해 생명과학연구소가 병원 소속으로 전환되면서 연구 경쟁력이 강화될 수 있다”며 “병원의 연구자립도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서울아산·세브란스도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연내 구축

서울아산병원과 연세의료원도 올해에는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자체 개발한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AMIS(Asan Medical Information System) 3.0은 지금까지 운영됐던 전산운영체계를 환자, 연구, 사용자 중심의 스마트 기능을 갖춘 첨단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서울아산병원은 모든 진료용어와 의료정보 및 통계를 글로벌 기준으로 표준화해 데이터를 코드화하고, 의료 빅데이터 인프라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

이상도 서울아산병원장은 “올해 4월부터 AMIS3.0체제를 가동하게 되는데, 병원에서 일어나는 모든 의료 및 행정 전반이 표준화될 것”이라며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앞으로 맞게 될 기술 환경에서 서울아산병원이 지속 가능한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연세의료원도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U세브란스3.0’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병원정보시스템을 의료정보 활용 및 프로세스 개선이 핵심이다.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과 임상데이터하우스(Clinical Data Warehouse·CDW)를 구축해 병원의 미래 ICT사업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작업은 다소 늦은 감이 있으나, 더 진보된 기술을 채택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는 만큼 이를 성공시키는 데 전력을 다할 것”이라며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HIS) 임상 데이터 웨어하우스(DW)를 구축해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서비스 시대를 선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