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선실세’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9명의 재계 총수들은 미르재단과 K스포츠 출연에 ‘강압성’이 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가성’에 대해선 철저히 부인했다.

(맨 윗줄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두 번째 줄 왼쪽부터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허창수GS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세 번째 줄 왼쪽부터 구본무 LG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재계 총수들은 청와대에서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 출연을 기꺼이 했느냐는 의원들의 추궁에 ‘어쩔 수 없었다’, ‘다른 곳에서 하니 따라 했다’ 등 일부 강압성이 있었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나 사업 특혜나 기업 간 인수 합병, 특별 사면 등 그동안 제기돼 온 대가성 의혹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기업 총수들이 의혹으로 제기됐던 출연 배경을 거론하고 대가성을 시인하면 박근혜 대통령과 함께 ‘제3자 뇌물죄’, ‘뇌물공여·수수’ 등 사법 처리와도 연결되는 만큼 대가성에 대해선 철저히 부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의원들의 질의에 “사회 공헌이든 스포츠 관련 재단 출연이든 대가를 바라고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청문회 질의에 나선 의원들은 삼성전자의 최순실·정유라씨에 대한 지원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 공고화 지원을 위한 대가성이 아니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은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며 일관된 자세로 부인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K스포츠재단에 70억원 추가 지원이 면세점 사업권 확보와 롯데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된 특혜를 받기 위한 것 아니었나’는 질문에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지난 8월 광복절 특별 사면으로 복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특혜나 대가성과는 관련없이 기업별로 할당받아 지원하게 된 것”이라고 답했다.

전경련 회장인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 청와대의 요청을 거부하기는 참 어렵다. 한국적인 현실로 볼 때 정부 요청을 기업이 따르지 않기는 힘든 것 아니냐”고 말해 강압성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대가성을 거론하진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이 똑같은 질문을 반복해도 ‘기억나지 않는다’나 ‘대가성과는 전혀 관계 없는 일이다’라는 말로 일관한 재벌 총수들의 발언에 대해 청문회 전 마치 ‘짜 맞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