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경주 지진 이후 수백여 차례 발생했던 여진이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11월 13일 또다시 국민들을 긴장케 하는 지진이 발생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경주 인근이 아닌 충청남도 보령에서 발생했다. 규모 3.5의 비교적 약한 지진이었지만 남동 지역이 아닌 또다른 지역에서도 지진이 일어나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충남지역에서는 이미 지난 1978년 10월 7일 홍성에서 규모 5.0의 지진이 발생해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지진에 대한 공포가 커진 가운데 오히려 한반도 지진을 유발하는 응력의 패러다임이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바뀌어 큰 지진 발생 가능성이 줄어들었다는 이색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2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빅포럼의 주제는 ‘한반도 지진과 지진트라우마’였다. 이번 포럼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했다. 이날 ‘우리나라의 지진 안전성’을 주제로 발표한 지헌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지진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한반도에서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면서 “다만 작은 규모의 지진들이 더 자주 일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혔다.

◆ “압축에서 팽창으로...큰 규모 지진 발생 가능성 희박”

지구를 구성하는 지각은 수많은 판들이 부딪친다. 지각을 구성하는 수많은 판들이 서서히 움직이면서 부딪힐 때 생기는 힘이 응력이다. 응력은 오랜 기간 응력이 축적되다가 지각에서 가장 약한 부분인 단층 인근에서 한계를 넘으면 지진 형태로 나타난다.

우리나라에 영향을 주는 지각판은 인도판과 태평양판, 유라시아판 등이다. 우리나라는 인도판과 태평양판이 만든 압축 응력이 한반도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곳 인근의 태평양판이 침하하는 모습.

이런 상황이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서서히 바뀌었다는 게 지 연구원의 분석이다. 동일본 대지진은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쪽으로 침하하며 유라시아판을 잡아 당기는 과정에서 접점이 깨져 발생했다. 이 때까지는 하나의 판이 다른 판을 끌고 내려가다 보니 판과 판이 부딪치는 압축 응력이 생겼는데,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이런 양상이 깨지면서 본래 상태로 돌아가려는 힘이 생겼다는 분석이다.

지 연구원은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동북부 지역이 많게는 5m 가량 동쪽으로 움직였다”며 “압축 응력이 아닌 팽창 응력이 생기면서 한반도 동해안도 1~5cm 가량 동쪽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게 당겨지다 보니 압축 응력은 약해지고 팽창되는 힘이 생기는데 지난 9월 경주지진도 양산단층에 작용한 팽창력으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일본이 서서히 동쪽으로 팽창하자 우리나라도 동해안쪽으로 미미하게 움직이면서 한반도에 축적됐던 압축 응력이 해소되고 팽창 응력이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는 게 지 연구원의 분석이다. 압축에서 응력으로 지진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오히려 한반도에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줄어들었다는 게 지 연구원의 설명이다.

◆ 경주지진, 높은 건물 등 구조물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이유는

지난 9월 경주지진은 규모 5.8로 역대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규모가 컸다. 한옥이나 담벼락이 무너지는 사태가 일어났지만 대형 빌딩이나 고층 건물 등 구조물 피해는 생각보더 적었다. 이 역시 팽창 패러다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지난 9월 12일 발생한 경주 지진으로 주택 기와 일부가 무너지면서 차량에 피해를 줬다.

이에 대해 지헌철 연구원은 “분석 결과 경주 지진파형이 단층이 팽창하는 힘으로 발생하는 고주파 특성을 보였다”며 “고주파 특성을 보이면 지진으로 인한 진동이 긴 시간 동안 생기지 않고 짧고 굵게 전달되기 때문에 구조물 피해가 예상보다 경미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서서히 팽창 응력이 영향을 주면서 큰 규모의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며 “하지만 9월 경주지진의 여진이 500차례 넘게 이어진 것도 팽창 응력에 의해 생긴 것이기 때문에 약한 규모의 지진이 더 자주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발생한 보령 지진처럼 미미한 팽창에 의해 압축 응력이 해소되는 과정에서 돌발적으로 한반도에 지진이 발생한 가능성이 있지만, 큰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점점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