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6개 회사로 쪼개진다. 조선업 장기 불황에 대응해 조선 등 각 사업부문의 자생력을 강화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분사된 회사의 일부 지분을 매각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한국거래소에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전기전자 부문), 현대건설기계(건설장비 부문), 현대로보틱스(로봇,투자사업 부문) 등 3개 분할 신설회사의 재상장을 위한 주권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15일 이사회를 열고 조선‧해양‧엔진, 전기전자, 건설장비, 그린에너지, 로봇, 서비스 등 6개 회사로 분리하는 사업분사 안건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비 조선 사업부문을 모두 별도의 회사로 분리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성격이 다른 사업들을 현대중공업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함께 운영해 왔으나, 조선 위주 사업 운영으로 비효율이 발생했다”며 “매출 비중이 적은 사업은 소외돼 독자 경쟁력 확보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수주량이 목표 대비 10% 수준에 그칠 정도로 수주 절벽이 심각한 데다 내년 조선 업황 전망도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이대로 가면 안된다는 절박함이 담긴 사업구조 재편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향후 사업구조를 조선‧해양·엔진 부문(현대중공업), 정유‧에너지 부문(현대오일뱅크), 전기전자 부문, 건설장비 부문으로 재편할 계획이다.

◆ 독립회사 체제로 비주력부문 자생력 강화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조선‧해양‧엔진 부문의 경우 삼성중공업(010140), 대우조선해양과, 건설장비부문은 두산인프라코어, 전기전자 부문은 LS산전등과 경쟁해왔다.

산업용 로봇을 독자개발 생산 중인 로봇사업부는 세계 LCD 로봇 시장의 3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최근 보행재활로봇, 종양치료로봇 등 의료 로봇 상용화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이 회사 경영을 조선·해양 부문에 집중하면서 나름 ‘알짜배기’로 평가받는 타분야 사업의 성장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분사를 통해 비 조선부문의 자생력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부터 비 조선 부문의 분할 및 분사를 진행해 왔다. 지난해 7월에는 엔진기계사업본부에서 로봇, 자동화 부문을 떼어냈고, 올해 3월에는 펌프, 압축기 사업을 분할해 현대중공업터보기계라는 별도 회사를 만들었다. 8월에는 각 사업본부의 설비지원 부문을 떼어내 현대중공업모스를 세웠다.

이번에 분사한 회사의 사령탑은 각 사업부문별 대표가 이어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장비 사업대표는 공기영 부사장이, 전기전자 사업대표는 주윤걸 부사장이 맡고 있다. 그린사업 대표는 김성락 전무가, 로봇사업 대표는 윤중근 전무, 서비스사업 대표는 안광헌 전무가 이끌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 전경.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그동안 비주력사업을 정리하는 데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각 부문별 핵심사업을 적극 육성하는데 모든 역량을 모으겠다”며 “이번 분사가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그동안 3조5000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마련하고 2000여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해왔다. 현대종합상사, 현대기업금융, 현대기술투자, 현대자원개발의 계열분리, 현대아반시스 매각, 호텔사업 독립경영 체제 구축, 현대커민스, 독일 야케법인, 중국 태안법인 청산 등 비주력사업도 정리했다.

◆ 차입금 분담으로 재무구조 개선…”부채비율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사업재편으로 기존 차입금을 분할되는 회사에 나눠 배정함으로써 재무구조를 개선해 부채비율을 100% 미만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건설장비, 전기전자, 로봇사업부는 현대중공업과 동일한 주주 지분율을 가지면서 수평적으로 분사(인적분할)한다. 인적분할은 차입금 배정이 가능하다. 규모가 작은 그린에너지(태양광) 사업부와 서비스(선박 사후관리) 사업부는 현대중공업의 자회사로 분사(물적분할)한다.

현대중공업의 현재 순차입금 규모는 5조원 가량이다. 이중 2조원을 조선해양엔진 부문이 담당하도록 하고 나머지 3조원은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 회사가 맡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업부문 분사는 채권단에 제출한 자구계획의 마지막 단계에 포함됐다”며 “이를 선제적으로 실천해 대외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재도약 기틀을 마련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분사는 위기극복은 물론,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새롭게 도약해 나가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현대중공업그룹은 ‘제2의 창업’이라는 각오로 새롭게 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