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금융 개혁이 모두 삐걱거리는 것은 아니다. 나름 금융 소비자의 수요를 제대로 짚고 진도를 나가는 분야도 있다.

계좌이동제가 대표적이다. 한 계좌에서 카드사·보험사·이동통신사 등으로 요금이 빠져나가도록 자동이체를 걸어놓았던 것을 여러 은행으로 분산하거나 특정 계좌로 몽땅 몰아 주거래 계좌를 바꾸고 싶을 때, 예전 같으면 일일이 은행을 찾아다니면서 이체를 끊고 새로 계좌를 트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던 엄두가 나지 않던 일이다. 지난해 7월 금융결제원 '페이인포(payinfo.or.kr)' 사이트가 열려 자동이체 내용을 한 번에 조회할 수 있게 됐고, 석 달 뒤부터는 자동이체 변경과 해지도 가능해졌다. 올 2월부터는 인터넷 사이트에서만 되던 계좌 변경·해지 작업이 전국의 은행 지점에서도 가능해졌다. 또한 자동이체 변경 범위도 전기·가스·수도 요금, 지방세 납부, 펀드 투자금, 신문 구독료, 우유 대금까지 자동 납부의 95% 정도로 확대됐다. 자동이체로 금융권에 흘러드는 돈은 연간 800조원에 달한다. 해외에서 이런 계좌통합 관리 인프라가 깔린 나라는 영국 정도이다. 금융위원회는 11월 현재 869만 건의 계좌이동이 일어났다고 집계했다. 국민 1인당 평균 4개 계좌를 갖고 있다고 볼 때, 20세 이상 인구(4015만명)의 5.4%가 계좌이동을 한 셈이다. 연말께 본인 명의의 은행 계좌를 조회해 불필요한 계좌를 없애거나 잔고를 이전하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까지 시작되면 계좌이동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온라인 보험 수퍼마켓 '보험다모아'는 작년 말 서둘러 오픈하는 바람에 보험상품 비교시스템이 허술하기 짝이 없었지만, 점차 업그레이드되면서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출시 초기엔 자동차 보험의 경우 국산·수입차 구분도 없이 대강 가격 비교를 해놔 무용지물이었다. 하지만 오는 12월부터는 수입차 상세 모델·연식별 보험가액 데이터 작업이 완료돼 수입차 보험료도 비교할 수 있다. 또한 자동차보험 신규 가입자들도 회사별로 보험료를 비교할 수 있게 된다. 박종화 손보협회 상무는 "온라인 자동차보험은 대면 계약보다 17% 싸다"며 "보험다모아 출범 이후 700억원의 보험료 절감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