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요지에 부동산 사들여 장기 보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 건물 처분
-개발계획 사전 입수해 개발 예정지 투자한 의혹도

박근혜 대통령 ‘비선(秘線) 실세’로 떠오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와 최씨 일가의 재산 규모가 수천억원대로 알려진 가운데 최씨가 보유 중이거나 보유했던 부동산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강남 요지에 건물을 사들이거나 개발예정지 주변의 땅을 사 건물을 짓는 방식으로 부동산에 투자했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 대거 해제된 경기도 하남시와 동계올림픽 개최 호재가 있는 강원도 평창 지역의 땅도 매입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씨의 부동산 투자 실력이 꽤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목이 좋은 곳에 부동산을 사는 안목이 있고, 매도 타이밍도 잘 잡는 편이라고 했다.

최씨 소유 신사동 자택빌딩 실제 가치는 200억원 이하

최순실씨가 소유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최씨가 1988년 매입해 지금까지 보유 중인 서울 강남구 신사동 7층 건물 미승빌딩은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다. 현재 이 건물에는 태국 전통 마사지 전문점과 베트남 음식점 등이 입주해 있다.

이 건물의 2층은 완전히 비었고, 1층 점포 한 곳도 공실인 상태다. 비싼 임대료 탓에 공실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기사 [단독] 최순실 200억대 신사동 자택건물 급매로…4월부터 국내생활 정리 정황 드러나)

해당 건물의 가치는 약 200억원대로 알려졌다. 하지만 현지 부동산 중개업계는 매도가가 130억~150억원까지 낮아져야 실제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봤다. S공인 관계자는 “건물이 있는 곳이 이면도로 옆이라 임차인이 선호하지 않는 편”이라며 “주변 건물 1층에도 빈 점포가 여럿 있는 것을 감안하면 건물이 제값을 다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강남 부동산 편애

최씨는 특히 서울 강남 지역 부동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보여왔다. 또 한 번 매입하면 짧게는 7년, 길게는 20년 넘게 소유했다 파는 ‘장기투자’ 방식을 선호했다.

최씨는 또 1986년 서울 강남구 신사동 239-11번지에 있는 빌딩을 매입했다가 지난 2008년 2월 85억원에 팔았다. 2008년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한 것을 감안하면 매도 타이밍이 매우 적절했던 셈이다.

최씨는1995년 당시 남편이었던 정윤회씨와 공동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 689-25번지의 대지 354.1㎡를 사들여 지하 1층 지상 3층의 다세대주택(총 19가구)을 지었다. 최씨와 정씨는 이 주택을 2002년 1월 30억원에 매각했다.

최씨와 정씨가 역삼동 대지를 매입했을 당시 해당 지역의 3.3㎡당 공시지가는 약 680만원 수준이었다. 토지 실거래가가 공시지가보다 2배 정도 비싸고, 여기에 3.3㎡당 보통 약 300만원의 건축비가 드는 것까지 고려하면 최씨는 해당 거래로 약 6억~7억원 정도의 수익을 남긴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시중 금리가 10%대 중반인 것을 감안하면 해당 투자는 대박은 아니지만 ‘평타’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 사전 입수한 개발정보로 그린벨트 해제·올림픽 수혜지 투자

최씨의 부동산 투자 수완은 개발 호재 지역에서도 발휘됐다. 그는 2008년부터 보유했던 경기도 하남시 신장동 254-1 미사리 카페촌 도로변의 규모의 음식점 부지를 지난해 4월 52억원에 팔았다. 하남시는 2000년대 중반 주택 건설과 경기 활성화를 위해 그린벨트가 풀리면서 대규모 개발이 시작됐고, 2010년 이후 땅값이 크게 올랐다.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최순실씨는 청와대를 통해 자신이 소유 중이던 하남시 땅과 건물 주변의 개발 정보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최씨가 정부의 개발 정보를 사전에 입수해 개인 투자에 활용했을 가능성도 큰 것으로 보인다.

최씨는 2010년 국토교통부 장관이 청와대에 보고한 ‘복합 생활체육시설 추가 대상지 검토안’을 확보해 개인 사무실에 보관했다. 문건에는 국토부가 경기 하남시 미사동을 포함한 3곳을 생활체육 시설 후보지로 정하고, 각 후보지에 대한 입지 조건을 분석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국토부는 미사동을 가장 입지가 좋다고 평가했는데, 이 부지는 최씨가 보유했던 음식점 부지와 직선거리로 50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최씨는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강원도 평창 일대에도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강원도 평창군 용평면 도사리 땅은 2004년 최씨와 정윤회가 각각 지분 70%, 30%를 소유하고 있었지만 2011년 정윤회가 자신의 지분을 딸 정유라씨에게 증여했다. 이후 최씨도 딸에게 지분 20%를 넘겨 해당 토지는 최씨와 정유라씨가 절반씩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