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잇따른 악재로 실적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올해 들어 계속된 원화 강세로 글로벌 시장에서 실적 부진이 계속된 데다, 노조의 파업이 길어져 생산까지 차질을 빚고 있다. 3분기 실적도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다만 신흥국에서 자동차 판매가 최근 조금씩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신흥시장에서의 판매량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할 경우 4분기에는 현대차의 실적이 점차 개선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는다. 신형 그랜저 등 출시 예정된 신차들의 흥행 성공 여부도 중요한 ‘반전 포인트’로 꼽힌다.

파업과 원화 강세 등의 여파로 현대차의 실적 부진이 예고되고 있다. 사진은 파업으로 조업을 멈춘 현대차 울산 공장의 내부 조업장

◆ 생산 차질 심화·弱달러 여파…3분기 실적 악화 전망 많아

2010년 이후 2조원을 웃돌기도 했던 현대차의 분기별 영업이익은 2014년 3분기부터 줄곧 1조원 중반대에 머물고 있다. 올해 2분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 등에 힘입어 1조762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전분기대비 30% 넘게 증가했지만 3분기에는 다양한 악재들이 겹치며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을 것이라는 예측이 많다.

현대차는 오는 26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달러 대비 원화 강세로 해외 시장에서의 판매 조건이 불리하게 전개된 데다,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돼 생산량도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해 3분기 영업이익이 다시 1조5000억원을 밑돌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들의 현대차 3분기 영업이익 평균 추정치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1조5039억원에 비해 6.7% 감소한 1조4025억원에 그쳤다. 특히 일부 증권사들은 1조2000억원대까지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 이후 현대차 분기별 영업이익 추이(단위 : 십억원)

대신증권은 현대차의 3분기 매출액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감소한 22조1250억원으로 예상했다. 영업이익은 1조2220억원에 그쳐 전년동기대비 18.7% 급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화 강세로 수출 채산성이 악화된 가운데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와 파업 장기화에 따른 생산 차질로 내수시장에서도 타격을 입었다는 것이다.

SK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도 현대차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동기대비 16.1%, 17% 감소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올해 3분기 현대차의 국내시장 판매량은 8만9427대로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공장 가동률도 65%로 지난해 3분기의 86%를 크게 밑돌았다. 올해 3분기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평균치는 1120.25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치인 1169.26원에 비해 약 50원 하락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파업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현대차의 올해 생산량 목표치인 501만대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4분기에 가동률을 끌어올려도 지난해 생산량인 496만대 수준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현대차 국내 월별 판매량 추이(단위 : 대)

◆ 살아나는 신흥시장…상반기 부진했던 中·인도, 판매량 회복 조짐

일부 전문가들은 최근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판매량이 점차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을 근거로 4분기에는 현대차의 실적이 다시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지역별로 보면 3분기에 국내 시장 판매량이 전년동기대비 19% 감소한 데 비해 중국 시장 판매량은 18% 증가했다. 중국 시장에서 현대차는 7월에는 7만16대를 판매하는데 그쳤지만, 8월 들어 판매량은 8만2025대로 늘었다.

현대차의 신흥국 자동차 출하량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국내 시장의 경우 3분기에는 파업과 추석연휴 등의 영향으로 출하량이 전년동기대비 23% 감소했지만, 중국 공장의 출하량은 20% 증가했다. 인도와 유럽 시장에서의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인도 공장과 체코 공장에서의 출하량도 전년동기대비 각각 8%, 1% 늘었다.

중국과 인도에 이어 러시아 등 다른 신흥국에서의 판매량도 회복세를 보일 경우 현대차의 4분기 실적은 빠른 속도로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에서 러시아와 브라질, 아프리카, 중동 등 4개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이른다. 올해 들어 9월까지 현대차의 전체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 늘었지만, 신흥국에서의 판매량이 13%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이 계속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신흥국 환율이 점차 안정되고 있는 데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도 반등하면서 시장 수요도 회복되고 있다”며 “러시아와 브라질 등에서의 신차 출시 등을 감안하면 신흥국에서의 실적은 꾸준히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美,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달러화 강세에 ‘환율 효과’ 기대감도

달러화 가치가 점차 강세를 보이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상승하고 있는 점도 현대차에 호재가 될 만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12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0.25~0.5% 수준으로 동결하면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10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면서 7일 기준 1115.50원까지 상승했다. 지난 8월 18일 94.13을 기록했던 달러인덱스(세계 6개국 주요 통화에 대한 달러화 가치)도 현재 96.65까지 올랐다.

최근 달러화 가치가 오르고 있는 것은 12월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가 인상될 것이라는 분석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미국의 고용과 소매판매 지표가 잇따라 지난해에 비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나면서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대차가 지난달 7일 국내 시장에 출시한 i30 신형 모델

올해 출시하는 신차들의 흥행 성공 여부도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현대차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 지를 결정할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달 8일 해치백 모델인 i30 신형을 내놓은 데 이어, 올해 안에 신형 그랜저IG도 출시할 예정이다. 해외 시장의 경우 중국 시장에서 신형 베르나, 브라질에서는 신형 크레타 등을 잇따라 선보일 계획이다.

그러나 국내 시장에 대해서는 신차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신형 i30의 경우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조작 파문으로 경쟁 모델인 골프의 판매가 벽에 부딪힌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해치백 모델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 눈에 띄는 판매량은 기록하지 못할 것”이라며 “가장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 그랜저IG도 파업 장기화로 인해 예정된 일정대로 출시가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