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가 첨단 기술을 과감하게 도입해 도시를 혁신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스마트 시티와 자율 주행 택시 프로젝트부터 드론 방역 활동이나 코딩 교육 전파 계획 'CODE@SG'에 이르기까지 둘째가라고 하면 서러울 정도로 많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 국가 혁신 프로젝트 2선(選)을 핵심 인물 인터뷰를 통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2016년 7월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샌즈의 샌즈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포럼에서 제레미 얍 웡 싱가포르 육상교통청 교통정책 부담당관(왼쪽에서 두 번째)이 패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1850년대엔 우유를 마시려면 젖소를 소유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지금 우유 마시려고 소를 소유하는 사람이 어디 있나요? 앞으로 자동차도 소유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차량으로 할 수 있는 서비스에 더 집중할 계획입니다.”

“교통, 여행이라는 건 참으로 복잡한 입니다. 도시 정책 전문가는 정교하고 통합적인 교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플랫폼을 만드는 것에 주력해야 합니다. 하나의 단일한 플랫폼, 그 위에 단일한 데이터 소스를 만든다면, 시민들이 참여하는 교통 솔루션도 만들 수 있습니다.”

지난 7월 10일~14일 전 세계 시장들이 참여하는 '월드시티서밋(WCS) 2016' 행사장. 기자는 행사 3일째인 12일 오후 5시에 열린 ‘똑똑한 도시와 원활한 교통(Enhancing Mobility in Smart Cities)’이라는 세션을 골라 들었다. 블룸버그 기자, 우버 관계자, 스페셜 벤처캐피털 파트너 등이 참가해 도시 교통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이 논의됐다. 토론 수준도 상당히 높았다. 차량 공유, 스마트 파킹, 자율주행차 등 첨단 교통 방법론의 잔치였다.

더 놀라웠던 것은 이 토론을 주도하는 사람이 기술 기업 우버나 벤처캐피털 파트너가 아니라
제레미 얍 웡(Jeremy Yap Weng Lock, 叶永乐)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교통 정책 부담당관이라는 것.

싱가포르에서 만난 박찬 우버 동남아시아 총괄이사는 “싱가포르 정부의 교통 정책 수준이 매우 높고 진보적”이라면서 “특히 정책 실무 담당자가 의사 결정 권한을 폭넓게 갖고 있고 발표하고 계획한 대로 추진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싱가포르는 도시 곳곳을 지하철로 거미줄처럼 연결하고 지하철 역에서 집까지는 자율주행 택시로 이동하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16년 8월 세계 최초로 일반인을 태운 자율주행 택시(일명 무인 택시)의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8년엔 자율주행 택시를 상용화한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실무 책임자 중 한 명인 웡 부담당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싱가포르 정부의 로드맵에 대해 자세히 들어 봤다.

제레미 얍 웡(Jeremy Yap Weng Lock, 叶永乐)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 교통 정책 부담당관

ㅡ 싱가포르도 한국처럼 국토 면적에 비해 차가 많아 교통 체증이 심하다. 싱가포르 정부의 여러 정책 중 무엇이 가장 효과적이었나.

“싱가포르는 전세계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 중 하나다. 550만명 이상의 사람이 700제곱킬로미터(㎢) 내에 산다. 국토의 12%가 도로로, 국토의 14%는 거주지로 사용된다. 거주지와 비교하면 도로가 싱가포르 국토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편이다.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자동차 등 교통 수단의 양을 늘리는 것이 이상적인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차량(운송 수단)의 증가를 막기 위해 쿼터(할당) 시스템을 도입했다. 새로운 차를 등록할 때 자격 등록세(COE·Certifiate of Entitlement)를 부과하는 것이다. 개인이 10년 간 등록한 차량을 이용할 수 있다.

교통 체증을 막기 위해 부과하는 혼잡통행료(ERP·Electronic Road Pricing) 시스템도 시행한다. 개인은 교통 체증과 요금을 감수하고도 차로 혼잡한 도로를 다닐지 말지 정하게 된다. 육상교통청은 위성 을 이용해 차세대 혼잡통행료도 준비하고 있다.”

ㅡ 싱가포르에서 지난 8월 세계 최초로 시험 운행한 자율주행 택시에 대한 관심이 많다.

“자율주행차는 전세게에서 급속하게 발전하고 떠오르는 기술이다. 지난 2014년 싱가포르의 자율주행 기술을 발전시키기고 전략적인 로드맵을 짜기위해 싱가포르 자율도로교통위원회(CARTS·The Committee on Autonomous Road Transport for Singapore)가 설립됐다.

위원회는 자율주행에 관해 4가지 서비스 전략을 세웠다. 시간표에 따라 자율주행 대중교통으로 시내외 정해진 구간을 연결해주는 고정 스케줄 서비스(Fixed and scheduled sevices), 온디맨드와 도어투도어(door to door) 서비스, 교통이 혼잡하지 않은 시간대에 물류 운송, 장거리 운송을 하는 자율주행 물류 서비스, 마찬가지로 쓰레기차나 길 청소차를 교통 체증이 없는 시간에 운행해 도로 효율성을 높이는 자율주행 효율 서비스 등이다.

자율주행차의 온디맨드 서비스는 노인이나 장애인이 자유롭게 교통 수단을 이용하게 해, 고령화사회를 맞은 싱가포르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대중교통의 신뢰성도 높인다. 교통 체증도 해결해 도로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만든다.

“육상교통청은 2015년 6월에 자율주행 관련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냈다. 이후 8개 지역과 해외에 있는 자율운행차와 테크놀로지 기업, 연구소에서 제안을 받았다.

올 8월 1일 육상교통청은 자율운행 온디맨드 차량을 시험하기 위해서 최종적으로 델피와 누토노미를 포함한 몇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

미쓰비시 전기차를 개조한 누토노미의 자율주행차

ㅡ 테슬라 자율주행차의 사고로 사람이 사망했다. 신기술에 대한 우려는 없나.

“자율운행차 이용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육상교통청은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현재 모든 자율주행차량은 육상교통청과 교통 경찰이 주관하는 기본 안전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또 자율운행차량에는 자격 조건을 갖춘 운전자가 항상 탑승해 필요한 순간에 자율운챙차량을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운행 시범차량은 자율운행 표식을 붙이고 허가된 지역에서만 자율운행모드를 가동할 수 있다.

현재 자율주행차는 싱가포르 퀸즈타운에 있는 원노스(One-north)라는 지역에서 시범 운행하고 있다. 원노스는 CCTV 등 인프라를 도입해 안전한 자율운행차 시범 운행을 유도하고 있다. CCTV는 주로 시범 운행차량 부근의 도로 상황을 전달하고, 벡엔드 시스템에 데이터를 저장하게 된다. 벡엔드 시스템엔 CCTV 데이터뿐만 아니라 운행방향, 운행장소 등 자율운행 관련 데이터와 블랙박스 영상도 같이 저장된다. 이런 데이터는 자율주행차 사고가 났을 때 사용될 것이다.

또 육상교통청은 난양기술대학(NTU, 싱가포르 이공계 분야를 대표하는 대학교)과 연구 협정을 체결해 CETRAN(Centre or Excellence ofr Testing & Research of AVs-NTU)를 세웠다. CETRAN은 자율운행차량 국제적인 연구 케이스를 살펴 기술 능력을 향상·시험할 예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CETRAN은 싱가포르 도로 사정에 맞춘 컴퓨터 시뮬레이션 환경을 만들고, 자율운행차 규제 기준을 높일 계획이다.”

ㅡ 싱가포르에서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고 생산할 계획은 있나.

“우선 파트너사와 함께 자율주행차 실험을 다양하게 한 후에 판단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2014년 11월부터 '스마트 네이션'(Smart Nation) 프로젝트를 국가핵심사업으로 추진 중이다.

“그렇다. 자율주행 택시는 싱가포르의 ‘스마트 네이션’의 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다. 싱가포르 정부는 대중교통과 자율주행차를 접목해 버스 택시의 신뢰도를 높이는 대중 교통 수단을 완전히 새롭게 할 예정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이미 자율주행 버스를 실험했다. 이 버스는 도로가 혼잡해지는 피크타임에 자주 운영된다.

또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온디맨드 차량이나 자율운행 셔틀 차량을 시험하고 있다. 이용자가 단거리 통근할 때 이런 차량들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

ㅡ 서울에서는 택시 업계의 반대로 차량공유 서비스업체 우버를 불법으로 판단했다. 반면 싱가포르 정부는 우버나 그랩(Grab) 등 차량공유 서비스업체에 호의적이다.

“육상교통청도 기존 서비스 제공자인 택시 운전자들의 이익과 이용자들의 이익을 보호한다. 그런데 이 관점에서도 우버와 같은 차량 공유 앱은 택시의 수요-공급을 예측할 수 있게 해 싱가포르의 택시 산업을 발전시켰다고 생각한다. 싱가포르에서 전문 운전기사는 리무진 등 고급 차량에만 운전 서비스를 제공해왔지만, 차량공유 앱이 등장한 이후 전문 운전기사 서비스가 대중화됐다.

다만, 육상교통청은 이용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택시 업계의 목소리도 반영하기 위해 차량공유 앱을 이용하는 운전기사의 차량공유 등록 스티커 부착을 의무화하는 등 기본적인 규제를 도입하려 한다.”

ㅡ 싱가포르 정부는 혁신과 문제 해결에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는데, 비결은 무엇인가.

“싱가포르 정부는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한 이후 50년 동안 지역 이익과 비즈니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했다. 소셜 미디어 등 새로운 기술을 등장할 때마다 이를 저평가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우리는 지금 세계 곳곳에서 정부와 시민 간 관계가 크게 바뀌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시민의 요구를 더 잘 이해해 미래 대비하려고 한다. 앞으로 펼쳐질 50년(싱가포르 독립 100주년)을 잘 그려 가야 한다.”

ㅡ 싱가포르의 리콴유 공공정책 학교 학장인 키쇼 마부바니(Kishore Mahbubani)는 “선진국은 부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곳이다”라는 엔리케 페나로사 보고타(콜롬비아의 수도) 시장의 말을 인용했다. 무슨 뜻인가.

“싱가포르 교통 시스템을 계획, 설계, 규제하면서 좋은 대중교통 시스템이 환경과 삶의 질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것도 알았다. 싱가포르처럼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싱가포르는 모든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넘어 대중교통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싱가포르가 대중교통에 크게 투자해 온 이유다. 버스 운영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며 버스 서비스 질도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는 철도 망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철도 망을 지금의 두 배인 360킬로미터(Km)까지 늘려 홍콩이나 뉴욕의 철도 망보다 더 확장할 계획이다. 철도 망이 완성되면 10 가구 중 8가구가 10분 내 역에 도착할 있다. 이와 더불어 싱가포르의 덥고 습한 날씨에도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쾌적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대중교통 수단 주변 길에는 지붕을 씌울 계획이다. 이런 크고 작은 정책과 발전 계획이 싱가포르의 대중교통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ㅡ 도심 대중교통 혁신을 이끌면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입니까? 싱가포르 정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교통 혁신도 알고 싶습니다.

“제한된 국토 면적에서 대중교통 인프라를 확대하는 것이 제일 어렵다. 그렇게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말이다. 현재 다양한 이동 수단 수요에 맞춰, 이동 수단 선택지를 늘리고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람들의 이동 방식을 분석하고 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이동 예측 시스템을 이용하면 우리는, 사람들의 이동 패턴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싱가포르 교통 계획을 짤 수 있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수록 더 나은 인프라를 만들어 노인층 시민들의 수요를 맞춰야 한다. 싱가포르는 노인을 배려하는 세심하고 효율적인 발전을 꿰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실버존(Silver Zones)을 확장해 노인의 안전을 높이고 노인 삶의 질을 향상시킬 예정이다. 육교에 승강기를 더 늘려 노인이 편리하게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포함돼 있다.

싱가포르는 도보나 자전거 등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도시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30년까지 26개 거주 공간에 자전거 도로를 늘리는 등 자전거 도로를 700Km까지 확장할 계획입니다. 2018년까지는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포장도로를 200m 간격으로 200Km까지 늘리려고 합니다.”

ㅡ 싱가포르는 지난 2014년 독립 5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향후 50년을 위한 정책을 디자인하고 있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은.

“싱가포르는 국제도시다. 우리는 전 세계를 연결하고, ‘미래에 준비된’ 나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글로벌 기준에 맞추려고 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국제 환경과 발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

다른 국가, 다른 도시와 함께 협력하면 다양한 이슈에 관한 의견을 교환하고, 공동 프로젝트도 꾸려나갈 수 있다. 싱가포르가 계속해서 글로벌 개방을 해야 하는 이유다. 가령, 말레이시아의 이스칸다르와 싱가포르 사이에 있는 고속 수송 시스템(Rapid Transit System)과 쿠알라룸푸르와 싱가포르 사이에 있는 고속 철도를 운영하려면 양국 정부과 관련 부서 간 긴밀한 협력이 중요하다.

이 철도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를 연결해 주변국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양국의 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좋은 아이디어가 산업 분야에서 많이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를 위해 싱가포르는 모두 접근할 수 있는 교통 오픈 데이터 플랫폼을 2011년에 열었다. 이 플랫폼은 실시간 토지·교통을 분석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덕분에 기술개발자, 학자들은 이를 내려받아 새로운 솔루션을 개발한다. 통근자에게 유용한 교통 관련 앱이 만들어졌다. 우리는 커뮤니티와 산업이 힘을 모아 문제를 해결하고 좋은 결과를 함께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