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가능인구가 내년부터 감소한다. 우리 경제가 본격적으로 '인구 절벽'을 마주하면 산업 중에선 어떤 업종이 가장 타격을 받을까. 1일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이 물음에 답을 내놨다. 철강·건설·자동차·가전 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왜 그럴까. 주 소비층인 30~50대 인구가 줄어들면 주택·자동차 등의 소비가 많이 줄고, 철강 등 연관 산업이 줄줄이 악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30~50대 인구, 2030년이면 240만명 줄어

올해 3704만명으로 정점을 찍은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는 내년부터 줄어든다. 인구 절벽 충격파가 가장 먼저 도달하는 곳은 주택산업이 될 전망이다. 30~50대는 2014년 기준 우리나라 전체 아파트의 76%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부동산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30~50대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8%에서 2030년 42%로 떨어진다. 절대 숫자도 240만명 정도 감소한다. 이들이 전체 등록 자동차의 77%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자동차 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자동차 생산은 2011년 461만7000대로 정점을 기록한 이후 450만대 수준에서 머무르고 있다.

주택·자동차 감소에 따라 이 제품들을 만드는 데 필요한 철강 등 원자재 산업도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포스코경영연구원 동향분석센터 정철호 수석연구원은 '철강산업에 다가오는 인구 절벽 충격' 보고서에서 "건설업·자동차 생산이 줄어들면서 해당 품목의 재료로 쓰이는 강철 생산량도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철강 수요의 42%는 건설, 19%는 자동차에 의존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강(가공되지 않은 강철) 생산량은 2014년 7154만t으로 정점을 찍은 뒤 작년 6976만t으로 떨어졌다.

일본 경로 따라가며 주택·자동차·철강 감소한다

우리보다 일찍 인구 절벽을 경험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이미 철강 소비, 신규 주택 건설, 자동차 신규 등록 등이 모두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일본의 생산가능인구는 1995년 8659만5000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5년 7696만명까지 줄었다. 20년 사이 주요 소비층 약 1000만명이 줄어든 것이다.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기 시작하자 신규 주택 건설이 1996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자동차(등록 대수 기준)의 경우 1990년 정점을 찍었다. 작년 일본의 철강 소비는 생산가능인구가 가장 많았던 1995년의 81% 수준에 불과하다. 권규호 한국경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 연구위원은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자산 버블 붕괴와 함께 1990년 초 시작된 일본의 장기 불황의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인구 증가국, 고령층 수요 산업 공략해야

전문가들은 인구 구조 변화 추세에 따라 생산가능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인도, 동남아시아 등 지역으로 적극적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의 대표적 수출 시장인 중국도 이미 생산가능인구가 작년부터 감소세에 돌입해, 소비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앞으로는 고령층 인구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만큼 해당 연령층에 맞는 산업을 키워야 된다고 이야기한다. 정 수석연구원은 "바이오산업과 로봇 산업은 인구 구조 변화에 따라 수요가 늘어나는 대표적인 산업"이라며 "특히 중국은 2013년 일본·미국을 제치고 로봇 분야 세계 1위 시장이 될 만큼 해당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