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와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모두 전 분기보다 0.5%씩 늘어나는 데 그쳐 저성장 기조가 뚜렷하다. 이런 가운데 하반기에 조선업종에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져 실업자가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조선소가 많은 경남, 울산, 전남의 실업률은 최근 급상승했다. 게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해외 변수까지 겹쳐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정부는 더 이상 수수방관하다가는 연말로 갈수록 경기가 얼어붙는 것은 물론이고 내년 경제 전망도 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집행하는 '긴급 처방전'을 내놨다.

◇구조조정 충격 흡수에 총력전

박춘섭 기획재정부 예산실장은 "올해 추경은 '일자리 추경'으로 불러달라"고 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서 구조조정에 뒤따르는 실업 충격을 흡수하고 경기 하강에 대응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는 뜻이다. 우선 조선업계에서만 5만명가량의 실업자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을 토대로 2000억원을 투입해 조선업 종사자 4만9000명에게 각종 혜택을 주기로 했다. 1만7000명에 대해 다른 업종으로 이직할 때 직업훈련 비용을 지원한다. 또 기존에는 휴직·휴업 시 수당(고용유지지원금)의 50%를 정부가 부담하는데, 정부 부담을 75%로 늘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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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는 노인 돌봄, 장애인 활동 지원 등 사회 서비스형 일감에 재정을 투입해 직접적으로 일자리를 4만2000개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직업훈련과 창업지원의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2만6000개 일자리를 추가해 모두 6만8000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하반기에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수출입은행에 1조원, 산업은행에 4000억원을 현금 출자하기로 했다.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려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을 때 조선업, 해운업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을 키우겠다는 취지다. 앞서 6월에 발표한 11조원 규모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와 1조원의 현물(주식) 출자와는 별개다.

◇SOC 안 하는 추경 효과 있을까

올해 추경은 도로·철도 등 SOC(사회간접자본) 사업이 없다는 게 특징이다. SOC에 투자하지 않는 추경은 2005년 이후 처음이다. 하반기에 급히 돈을 투입할 공사를 찾기가 마땅치 않다는 게 주된 이유다. 또 SOC 예산을 쓰겠다고 하면 각 지방에서 서로 돈을 받아 공사를 벌이겠다며 다툼을 벌여 지역 간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 점도 감안했다. 지난해 추경에서 SOC에 1조5000억원을 투입했지만 그중 6000억원가량이 불용(不用) 처리됐다는 점을 야당이 비판한 것도 정부로서는 부담이었다. 하지만 고용 유발 효과가 큰 SOC에 투자를 하지 않는 추경이 경기 부양 효과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 통과 시점이 관건

유일호 경제 부총리는 이날 "추경은 타이밍"이라고 했다. 국회에서 빨리 통과돼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올해 추경은 지난해보다 국회 제출이 20일가량 늦다. 18일 만에 통과된 작년과 같은 속도로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이르면 8월 중순부터 집행이 가능하다. 하지만 작년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후폭풍을 수습하는 추경이라는 점에서 야당의 이견이 크지 않았고, 야당이 원내 소수였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통과됐다. 올해는 야당이 원내 과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관계자는 "야당이 누리 예산을 추경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거나, 우병우 민정수석을 경질하지 않으면 추경을 통과시켜 주지 않겠다고 버틸 경우 추경 통과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