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폭의 흑자를 보이던 대중국 완성차 무역수지가 5월말 누적 기준 적자로 반전했다. 국산차의 중국 수출은 93.7% 급감했는데 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오히려 9.9% 늘어났다. 국산차가 원가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21일 발표한 ‘자동차산업 대중국 무역수지 적자 전환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5월까지 대중국 완성차 무역수지가 200만 달러(약 23억원)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중국 선롱의 25인승 버스 듀에고 EX

◆ 중국차 품질 좋아지며 내수 시장서 로컬 브랜드 비중 높아져

한국의 대중국 자동차 수출은 지난 2011년 23억4200만 달러를 기록한 이후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4년 17억9500만 달러에서 2015년에는 9억4000만 달러로 급감했다. 그리고 올 들어 5월까지 수출은 2680만 달러에 그쳤다. 전년 동기 대비 93.7%의 급격한 하락세다.

중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이 이렇게 줄어든 것은 중국 업체의 경쟁력 강화와 국내 자동차 회사의 현지 생산 증가 등 때문이다.

중국 자동차 회사들은 연구개발 투자와 대규모 설비 확장,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자국 시장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중국 시장에서 자국 브랜드의 승용차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4년 38%에서 지난해 41%로 높아졌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현지 생산 증가도 수출 감소의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기아의 현지 공장 생산량은 지난 2010년 100만대를 돌파한 데 이어 2014년에는 178만대까지 높아졌고, 작년에도 170만대를 현지에서 생산했다. 5월까지 현대차의 수출은 115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6.3%가 줄었고 기아차 수출도 593대로 93.5%가 줄었다.

그 밖에 국내 생산 업체의 대중국 수출도 크게 줄었다. 르노 그룹의 중국 진출 거점 역할을 수행하며 2014년 3만5000대를 수출했던 르노삼성의 수출량은 르노가 둥펑과 합작해 둥펑르노를 세우며 올 들어 5월말 현재 401대로 뚝 떨어졌다.

2014년 1만2000대를 수출한 쌍용차도 지난해 2460대밖에 수출을 못 하더니 올해는 5월까지 122대를 수출하는 데 그치고 있다. 한국GM은 중국에 반조립제품(CKD)만 수출하고 있다. 완성차 수출은 0이라는 의미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주력산업실 연구위원은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예로 들면 중국 업체들이 저가 플랫폼을 개발해 가격은 합자 업체 제품의 50~60%를 유지하면서 품질은 비슷하게 높인 모델을 출시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면서 “로컬업체와 합자업체 간의 차량 결함 격차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업체들이 중국 자동차 안전도 검사에서 최고 수준인 별 다섯개를 받은 비율이 2006년 8.3%에서 2014년 92.5%까지 올라선 것을 봐도 중국 업체들의 품질은 지속적으로 향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김 연구위원은 덧붙였다.

중국 북기은상의 CK 미니트럭.

◆ 틈새시장 공략하는 중국업체… 샤오미처럼 돌풍 일으킬 가능성

국산차의 중국 수출은 급감했지만, 중국차의 국내 수입은 꾸준히 늘고 있다. 중국산 자동차 수입은 2007~2015년 연평균 10.3%씩 늘었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과거 충족하지 못하던 국내 배출가스 기준을 충족한 지난 2012년 이후 수입이 본격적으로 늘었다. 중국산 차 수입은 올 들어서도 5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9.9%가 늘어난 2850만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 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1%가 채 안된다. 지난해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차는 약 980대로 추정된다. 중국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미니밴과 소형트럭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미니밴과 소형트럭은 비슷한 크기 국산차 가격의 70% 수준인 1100만원 정도에 팔리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에 진입한 중국 완성차 업체는 선룽버스, 포톤, 북기은상 등 3개 업체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인 비야디(BYD)는 2017년 전기버스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하지만 국산 브랜드에는 이들과 경쟁할 차종이 많지 않다. 1톤 이하 트럭은 현대차만 생산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중국은 지난해 72만대이던 로컬 브랜드 수출을 2020년 300만대까지 높인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대륙의 실수로 불리던 중국 가전업체 샤오미가 국내 소형가전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것처럼 자동차 산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재현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게 산업연구원의 분석이다.

김 연구위원은 “자영업이 증가하고 소형상용차의 제품군이 다양하지 못한 상황에서 틈새시장으로 들어오는 중국 자동차는 제한적이나마 시장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중국 로컬업체가 승용차까지 안전과 품질 수준을 빠르게 향상하고 있는데다 값이 싸 이른 시일 내 소형 저가 승용차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시장을 확보하려면 추격하는 로컬업체와 앞서있는 일본 및 독일 업체 사이에서 우리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원가경쟁력 개선과 브랜드 가치 제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