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빅2’ 대형항공사의 저비용항공사(LCC) 대응법이 달라 주목된다. 대한항공은 자회사 ‘진에어’와 노선 경쟁을 하는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철저히 상생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제공

◆ 아시아나항공-에어부산-에어서울, 노선 나눠갖기로 효율 극대화

아시아나항공의 두번째 LCC인 에어서울 출범으로 대한항공과의 차이는 더 뚜렷하게 갈리고 있다. 에어서울은 오는 10월 7일부터 아시아나항공의 노선 중 인천-시즈오카, 인천-다카마쓰 등 일본 7개 도시를 오갈 계획이다.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마카오 등 동남아 노선도 운항을 시작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서울이 취항하는 노선에서 빠진다. 아시아나항공은 적자 노선을 떨구는 효과를 볼 수 있는데다 에어서울이 해당노선에서 저렴한 항공권으로 탑승객을 끌어들이면 시장에 연착륙할 수 있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업계 분석이 나온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모기업과 자회사 간에 출혈 경쟁을 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며 “서로 득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짠 것”이라고 했다.

2008년 출범한 에어부산도 모기업과의 ‘상생’ 전략에 초점을 맞췄다. 여행객이 넘치는 김포-제주, 부산-제주 2개 노선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과 겹치는 노선이 없다. 출범 초기부터 아시아나항공과 공동운항(코드셰어)을 시작한 에어부산은 매년 꾸준히 수를 늘려 현재 13개 노선을 공동 운항하고 있다.

공동운항은 상대 항공사의 일부 좌석을 자사의 항공편명으로 팔아 운항노선 확대 효과를 얻는 제휴 형태다. 에어부산은 아시아나항공 창구를 통해 판매망을 늘리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산 거점 대표 항공사로 성장한 에어부산은 한 때 모기업 인지도를 자사의 홍보에 활용하기도 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부산 지역 광고에 에어부산을 일부러 아시아나항공과 나란히 등장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 진에어, 노선 60% 대한항공과 ‘경쟁’

반면 대한항공과 LCC 자회사인 진에어는 독립적으로 움직인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진에어가 운영하는 전체 31개 노선 가운데 대한항공 여객기가 뜨는 노선은 국제선 15개, 국내선 3개 노선 등 18개에 달한다. 전체 노선의 60%는 모기업과 노선 경쟁을 하는 셈이다.

진에어 B777-200ER 기종 여객기

진에어는 2010년 국내에선 대한항공만 취항한 인천-괌 노선에 비행기를 띄웠다. 지난해 12월에는 국내 LCC 중 최초로 인천-하와이 호눌룰루 장거리 노선에 취항했다. 이 노선은 대한항공의 인기 해외 노선이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는 인기 노선이라 수익이 난다고 판단되면 이미 대한항공이 취항한 노선이라도 비행기를 띄운다”며 “두 회사의 수요층이 다르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진에어는 출범 7년만인 지난해 3월에서야 대한항공과 처음 공동운항을 시작했다. 현재 15개 노선에서 공동운항을 진행 중이다. 진에어 관계자는 “대한항공과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이지만 노선을 독자적으로 개척해왔다”고 말했다.

한 항공 전문가는 “무한 경쟁에 돌입한 국내 항공시장의 변화를 고려하면 대한항공과 진에어가 경쟁보다는 적극적 협력으로 점차 무게 중심을 옮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