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투명 정보 공개보다 外人 눈치만" 비판

금융감독원이 최근 외국인 투자자 동향을 발표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에게 명확한 이유나 설명없이 국가별 채권 투자 현황을 비밀에 부치기로 해 투자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은 매달 발표하던 ‘외국인 투자자 동향’ 내 국가별 상장채권 보유 현황을 공개하지 않기로 방침을 바꿨다. 이에 따라 최근 발표된 세 건의 보도자료(4,5,6월 외국인 투자자 동향)에는 국가별 주식 보유 현황은 나와있지만 국가별 채권 보유 현황은 나와있지 않다.

금감원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부터 투자자들에게 국가별 채권 보유 현황을 공개해 왔다.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원화 강세 예상, 대내외 금리차를 통해 외국인들이 우리나라 국채를 사들이고 있다는 통계를 발표해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안정시켜 시장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컸다.

7년여 동안 공개된 외국인 채권 투자 동향 자료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는 주요 정보로 활용돼 왔다. 외국인보다 상대적으로 정보에서 뒤쳐지는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투자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척도 중 하나였다. 예를 들어 세계 외환보유액 1위인 중국이 우리나라 채권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면 앞으로 중국 자금이 우리나라 채권시장이나 증권시장으로 더 유입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다.

3월말 기준 국가별 채권 동향. 금감원은 이 자료를 끝으로 국가별 채권 보유 현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이유로 들어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국내 투자자들에게 이에 대한 어떤 공지나 설명도 없었다. 금감원 자본시장감독국 관계자는 “국가별 채권 투자 기관이 한정돼 있는만큼 외국인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비공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채권 투자 규모가 확대돼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력이 커진 영향도 있다.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3월만 하더라도 외국인의 채권 보유 규모는 61조원 수준이었으나 올해 3월말 기준 97조원으로 늘어났다. 6년 동안 36조원 가까이 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3월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최대 채권 보유국이 됐다’는 내용의 언론보도 역시 이번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중국이 한국 국채를 많이 사들여서 우리나라 최대 채권 보유국이 된 것이 아니라 미국이 채권을 많이 파는 바람에 중국이 1위로 올라선 것인데 투자자들로부터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2016년 3월 외국인 투자자 동향’을 보면 중국은 국내 상장채권 17조8760억원을 보유했고, 스위스는 14조4630억원, 미국은 14조2550억원을 보유했다. 중국이 채권보유 규모를 3개월 전보다 2.6% 늘렸고 미국은 21.2% 줄이면서 중국이 전체 외국인 국내 채권 투자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개월 전 17.2%에서 18.4%로 증가, 국내 채권 보유 1위 국가가 됐다.

국내 투자자들은 투자자들의 알 권리보다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더 우선시하는 금감원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금감원 논리대로라면 반대로 그동안 낸 자료가 외국인 투자자 보호를 등한시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금감원에 갑자기 외국인의 국가별 채권동향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더니 일부 언론이 해당 통계를 잘못 활용해 오해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그런 이유로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것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주식은 수만명이 투자하지만 우리나라 채권에 투자하는 외국인은 소수”라며 “국가별로 보면 채권 투자자가 누군지 알 수 있는 경우가 많아 대륙별로만 투자자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