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전기차 시장은 위기입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 수 있지만, 지난 2~3년 전처럼 시간을 보내면 위기가 올 것이라고 봅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2016년 1차 '전기차 리더스 포럼'이 열렸다. 전기차 관련 전문가들은 국내 전기차 산업이 '위기'에 처했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2016년 1차 '전기차 리더스 포럼'에서 전기차 전문가들이 토론하는 모습.

홍성태 한국자동차환경협회 그린카 사업국 국장은 “보조금을 보면 우리나라 전기차 혜택이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울 만큼 많은 편인데도 전기차가 안 팔리는 이유는 생각해 봐야 한다"며 "단발성 혜택보다 장기적으로 전기차를 운행하며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 시장, 단발성 보조금보다 장기적 혜택 고민해야…강효상 의원 “정부 그동안 뭐했나?”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은 한 대당 1200만원. 지방자치단체가 제공하는 보조금은 최대 800만원에 달한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구입할 때 많게는 2000만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다. 현대차가 내놓은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EV)가 4000만원인 것을 고려하면 차 값의 절반이 보조금이다.

홍 국장은 "장기적으로 전기차 판매가 늘면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보조금 규모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보조금 혜택 이외의 방안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차를 구입할 때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혜택보다는 전기차를 운행하며 소비자가 꾸준히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이귀현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 신산업진흥과장은 “새로운 전기차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공공주차장 주차요금 감면이나 렌터카 대여기준 완화, 버스전용차선 진입 허용,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등의 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강효상 새누리당 국회의원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정부의 전기차 관련 정책을 비판했다.

강 의원은 “국회에서 10년 전부터 전기차의 중요성을 강조했는데 그동안 정부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묻고 싶다”며 “국내에도 테슬라 같은 새로운 업체를 허가해 자극을 줬어야 했는데, 미세먼지 등 환경 문제가 터지고서야 전기차 시장 확대에 나서는 정부에도 책임이 있다”고 했다.

윤태일 삼성SDI 그룹장이 전기차용 배터리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화석연료차와 전기차의 차별성 강화해야…전기차 해외직구도 고려

전기차를 일반 차량과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선택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전기차를 타도 자존감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박경린 제주전기차 사업단장은 "지금 나오는 전기차 모양은 기존 내연기관차를 개조한 수준으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는 게 문제"라며 "테슬라 전기차가 많이 팔리는 것은 디자인을 자유롭게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선택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해외 직접구매 방식으로도 국내에서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경린 단장은 "현재 국내에서 8종류의 전기차가 판매되는데 소비자를 만족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해외 직구로 전기차를 사더라도 관세문제를 해결해 주는 등 편의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자동차 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라며 "(전기차) 시장 확대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보면 국내 시장을 독점하는 자동차 기업에도 자극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기차 시장을 경제성의 논리로 따져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오염물질이나 온실가스 등 환경 문제가 중요해지면서 전기차 시장 확대는 피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전기차 산업, 경제성 논리로 따지기 어려워…서울시 “내년까지 충전소 200곳 확대”

김동준 신한금융투자 PB 상무는 "국제 유가가 1배럴당 80달러 수준이었을 때 '하이브리드카'가 나왔지만, 지금은 유가가 40달러에 머무르는 데도 전기차가 화두가 됐다"며 "전기차는 경제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김 상무는 "우리나라가 과거 태양광이나 풍력 등 친환경 사업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데, 전기차 산업에서도 같은 실패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도 성장이 주춤해진 국내 전기차 시장이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흥순 서울시 대기관리과 과장은 "올해 서울시에서 900여대의 전기차를 보급할 계획을 세웠지만, 상반기에 50여대를 파는데 그쳤다"며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한국전력과 MOU를 체결해 내년까지 전기차 충전소를 200개까지 늘리고 주차 구역이 100면 이상인 공영주차장 등에는 의무적으로 3% 이상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차가 버스전용차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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