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문가 토니 세바는 자신의 저서 ‘에너지혁명 2030’에서 태양광, 전기자동차, 자율주행차 등의 부상으로 일어나는 전통적 에너지 산업의 붕괴를 예측했다.

삼성, LG, SK, 포스코 등 국내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앞다투어 ‘에너지혁명 2030’을 탐독하고 세바의 분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세바는 실리콘밸리 기업가 출신으로 미국 시스코와 RSA데이터시큐리티 등에서 일했다. 미국 MIT에서 컴퓨터과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스탠퍼드대에서 기업가 정신, 파괴적 혁신, 청정 에너지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김상협 KAIST 교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녹색 성장’이라는 국가적인 어젠다를 발굴한 인물이다. 녹색성장위원회와 미래기획위원회에서 활동했고, 온실가스 감축, 신성장 동력과제 선정 작업에도 참여했다. 매일경제, SBS 등에서 기자로 활동했으며, 2013년 KAIST 녹색성장대학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단법인 우리들의 미래를 이끌면서 신기후체제 대응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토니 세바(오른쪽)와 김상협 KAIST 교수가 6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6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개최한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 토니 세바를 초청, 국내 에너지 전문가로 불리는 김상협 KAIST 교수와의 대담 시간을 가졌다. 두 혁신가는 냉철한 현실 진단과 함께 “혁신을 두려워하면 미래는 없다. 파괴는 반드시 이뤄진다. 두려움 때문에 파괴적 혁신을 피한다면 결국 다른 사람에게 주도권을 뺏기게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토니 세바는 “기업이 혁신한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역량을 키워야 하고, 기업 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바는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기존 산업을 보호하는 정책을 펼쳐서는 안 된다. 새로운 선수가 자유롭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둬야 한다”고 했다.

◆ 정부, 기존 사업 보호=돈을 버리는 행위

세바는 “2030년이 되면 태양광이 모든 에너지 공급원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기존의 에너지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조금을 지급한다거나 신규로 석탄발전소 짓는 것은 돈을 쓰레기통에 버리는 행위”라고 말했다.

이에 김상협 교수는 “태양광이 상당한 에너지 공급원이 되겠지만 100%까지 갈 것인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2050년이 되면 태양광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이지만 100%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반문했다.

토니 세바(오른쪽) 교수와 김상협 KAIST 교수가 6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서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

세바는 “역사를 살펴보면 IEA나 전문기관의 예측이 상당히 많이 빗나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태양광은 명백한 미래에너지”라며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이다. 시장도 태양광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대체에너지로 각광받고 있는 원자력에 대해서도 “태양광의 가격이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도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지난해 파리기후회의에서도 에너지 가격에 시장 메커니즘이 작동하도록 정부가 개입하지 말자고 제안한 것도 이런 흐름을 막지말자는 뜻이었다”고 했다.

세바는 작년 말에 열린 파리기후회의의 결과에 대해선 “온도 변화를 낮추자고 한 데 뜻을 모은건 의미가 있지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데까진 미치지 못했다. 다소 실망스럽다”며 “각국 정부들이 기존의 에너지산업을 아직 무너뜨리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된다”고 평가했다.

토니 세바(오른쪽)와 김상협 KAIST 교수가 6월 8일 서울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2016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특별대담을 하고 있다.

◆ “자동차의 미래는 전기차·자율주행차…현대차 주력하는 수소차는 경쟁력없어”

세바는 “2030년이 되면 모든 자동차가 전기차가 될 것”이라며 “전통적 자동차 업체의 동의는 상관없다. 테슬라, 우버, 바이두 같은 회사들 이런 혁신을 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바는 현대차가 개발 중인 수소연료전지차에 대해선 ‘경쟁력이 없다’고 평가했다.

그는 “수소연료는 기존의 석유나 가스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하는 것”이라며 “수소연료로 전기를 생산하려면 거대한 정유 시스템과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다. 파이프라인·충전소 등 수조원에 이르는 인프라 투자를 해야한다”고 했다. 현재 도로 위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석유차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진단이다.

세바는 “수소차를 개발하기 시작한 건 좋은 의도가 있었겠지만, 30~40년 전에 경쟁력을 이야기 할 수 있다. 지금은 경쟁력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는 “수소차 개발에 착수했었던 독일 다임러에서도 ‘별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전기차로 간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세바는 이어 “2030년이 되면 모든 자동차가 자율 주행을 하게 될 것”이라며 “스탠포드대에서 레이싱 실험을 했는데, 이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 가장 훌륭한 카레이서를 앞서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협 교수가 “앞으로 운전을 못하게 된다니 좀 슬프다”고 언급하자, 세바 교수는 “지금 말(馬)을 더이상 고속도로에서 볼 수 없지 않느냐. 말을 타려면 승마장으로 가야 한다”며 “자동차 운전을 하고 싶다면 서킷 같은 곳으로 가야할 것”이라고 했다.

세바는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추진하고 있는 ‘그린 빅뱅’ 정책과 관련, “올바른 생각”이라며 “한국은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다. ‘녹색 경주’에서 승리하고 싶다면 빨리 발을 들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2020년까지 탄소없는 섬을 만들겠다는 목표의 20%만 달성하면 50%, 100%까지는 쉽게 도달하게 마련이다. 오히려 목표 달성이 5년 앞당겨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세바는 한국이 전기차 시장에서 승리할 기회는 3년밖에 남지 않았다고 했다. 세바는 “3년이란 시간은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변곡점이 되기 충분한 시간이다. 이 때 시장에 제품이 나와있지 않으면 급속히 도태될 것”이라며 “빨리 투자하고 본격적인 경주가 시작되는 2020년대에 확장만 하면된다. 한국에도 21세기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회사가 탄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희집 에너지신산업 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은 “2018~2019년 사이에 전기차는 가격 측면에서의 약점을 극복할 것으로 본다”며 “우리나라는 세계 시장 변화를 보고 준비해야 하고, 한국 시장을 전기차 테스트베드로 쓸 수 있도록 선행해 인프라를 구축하는 체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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