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괴롭힘, 사냥감이 된 사람들
류은숙·서선영·이종희 지음|코난북스|307쪽|1만5000원

“일터괴롭힘은 인간 존엄성 존중에 관한 심각한 사안이다. 어떤 노동자가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으면 그 개별 노동자에 그치는 게 아니라 같은 일터, 같은 부문 종사자 모두에게 공통된 ‘괴롭힘당하지 않을 권리’의 범주까지 해당된다.”

백화점에서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고객이 점원을 무릎 꿇렸다. 감정 노동자에 대한 심리적·정신적 괴롭힘이다. 이 책의 저자인 인권운동가와 변호사는 ‘직장 내 왕따’ ‘가학적 인사관리’ ‘권력형 괴롭힘’을 ‘일터괴롭힘’이라 명명했다. 일터괴롭힘은 자살에까지 이를 수 있는 고통이지만 평소에는 ‘굵직한’ 노동문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소하게 여겨진다. 저자는 일터괴롭힘을 처벌할 입법 필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노동법과 국제기구의 정의, 해외 사례 등을 통해 대응방안을 안내한다. 피해의 기록, 증거확보, 노조 상담, 소송과 고소 등 구체적 대처법을 설명하면서. 그러나 SNS를 통한 폭로는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는 왜 형제가 불편할까?
오카다 다카시 지음| 박재현 옮김 |더난출판|243쪽|1만3800원

“형제자매 간에 벌어지는 폭력의 근간에는 부모의 관심을 빼앗겼다는 피해의식이나 질투가 있다. 응석받이로 자라오던 형이나 언니, 누나들은 동생이 생기면 자신이 부모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는 실망과 질투와 원망에 오랫동안 사로잡히기 쉽다”

재벌가 형제들의 다툼은 보며 혀를 차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 같은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우리 주변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금전 문제, 상속 문제, 부모 부양 문제 등으로 모이기만 하면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서로 왕래를 끊고 등을 돌린 채 살아가는 형제·자매들도 흔히 볼 수 있다. 이러한 형제·자매 간의 갈등은 얼핏 돈과 같은 이익 때문에 벌어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근본 원인은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형제 어릴시절부터 형제는 경쟁 관계로 자란다고 설명한다.

상류의 탄생
김명훈 지음|비아북|280쪽|1만5000원

“미국의 상류들은 돈보다는 가치를 중시하고, 지위보다 태도를 더 중요하게 여긴다. 재산의 정도로 상류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언행을 본다는 말이다.”

‘땅콩 회항’ ‘매값 폭행’까지 한국 사회에서는 상류층 인사들의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상류는 누구인가'라는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다. 재산이 많은 사람인가 아니면 지위가 높은 사람인가. 11살때 이민을 가 40년 간 뉴욕에 산 저자는 둘 다 아니라며, 돈과 명예보다 언행이 중요한 미국의 상류 사회에 대해 설명한다.

하루가 달라지는 오후의 집중력
나구모 요시노리 지음| 이혜령 옮김 |21세기북스|272쪽|1만5000원

“사람들은 노력이나 정신력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것만으로 넘어서려 한다면 마음이 부러지고 만다.”

이 책은 ‘1일 1식’으로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건강 습관의 새로운 혁명을 일으킨 나구모 요시노리가 쓴 최신작이다. 집중력을 흐트러뜨리고 건강마저 해치는 집중력 저해인자에 대한 의학적 소견과 경험을 담았다. 저자에 따르면 집중력은 근력처럼 내 의지대로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집중을 방해하는 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집중력 저해인자에는 수면, 식습관, 생활습관, 뇌, 마음가짐이 있다. 오후 회의를 위해 점심을 굶고 우엉차를 마시는 등 생활패턴을 조금만 조절해도 집중력의 차이가 월등히 달라질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안티 번아웃의 힘’ 집중력을 이끌어내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현대조선 잔혹사
허환주 지음|후마니타스|304쪽|1만5000원

“결국 사고가 났다. 40대 여성이 6m 아래로 떨어져 반신불수가 됐다. 그때 나는 그런 큰 사고가 발생했으니 뭔가 변화가 있을 줄 알았다. 최소한 안전 그물망이라도 설치하지 않을까? 하지만 현장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했다. 노동자들 사이에 작은 동요조차 감지되지 않았다.”

허환주 ‘프레시안’ 기자가 지난 6년간 울산을 오가며 조선소의 노동 이슈를 치열하게 취재해 쓴 르포집이다. 3장 ‘무사고 365일, 열세 명이 사라졌다’는 2014년 한 해 동안 현대중공업 조선소에서 사망한 13명 노동자의 사연을 다룬다. 저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 어쩌면 알려지지도 않은, 이 13명의 죽음을 파고든다. 추락사고가 잦았고, 보호장치만 규정대로 설치했어도 피할 수 있는 죽음들이었다. 대부분 산재 인정도 받지 못했다. 이들 가운데 원청 노동자는 한 명도 없었다. 13명 전부가 하청 노동자들이었다.

검색, 사전을 삼키다
정철 지음|사계절출판사|252쪽|1만3000원

“정보의 순도를 높여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종이 사전을 들춰보기를 권한다. 사전은 인간이 정보를 압축하는 방식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이며, 긴 시간 동안 유효했던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문의 기초 도구였다.”

사전은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결정이다. 모든 지식은 사전을 통해 정리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최근 대세가 된 검색도 사전의 전통을 계승했다고 할 수 있다. 단지 이용 형태가 변했을 뿐이다. 이 책은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을 거쳐 카카오에서 웹 사전을 편찬하는 저자 정철이 사전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내용이다.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종이에서 CD롬, 전자사전, 웹, 앱으로 계속해서 옷을 바꿔 입은 사전은 이제 전문가의 손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보통 사람이 검증하고 수시로 갱신해가는 ‘위키백과’의 형태로 변하고 있다. 저자는 검색의 시대에도 사전이 왜 필요하고 잘 만들어가야 하는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실연의 박물관
아라리오뮤지엄 엮음|arte|319쪽|1만6000원
"먼 훗날 죽음을 앞뒀을 때 너와 인생을 함께 보내지 않은 걸 뼈저리게 후회할 것 같다."

이 책은 제주도 아라리오뮤지엄에서 열리고 전시회 ‘실연에 관한 박물관’에 2016년 사연과 소장품을 기증한 82명의 이야기를 모은 책이다. 이 전시는 크로아티아의 조각가 드라젠 그루비시치와 영화 프로듀서 올링카 비스티카가 기획한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한때 연인 사이였던 이들이 서로의 결별을 기념하기 위해 자신들의 물건들을 모아 전시하면서 ‘실연에 관한 박물관’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그동안 파리, 런던, 브뤼셀, 샌프란시스코, 싱가포르, 멕시코시티 등 세계 35개 도시에서 열린 전시는 연인과의 실연에서부터 배우자와의 사별, 애완동물의 죽음, 나 자신과의 이별 내용까지 아우른다.

술맛 나는 프리미엄 한주
백웅재 지음|따비|256쪽|1만5000원

“와인 바, 혹은 근래는 수제 맥줏집에서는 와인이나 맥주를 선택해서 마시고, 그러기 위해서 공부한다는 개념이 있다. 하지만 한식, 한주(韓酒)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오랜 시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저가의 술이 시장을 지배해 오다 보니 한식당에서는 손님이 술을 선택한다는 개념이 거의 없다.”

저자는 프리미엄 한주 세계화를 꿈꾸는 키친랩스튜디오 ‘세발자전거’의 주인장으로 전국을 누비고 세계를 다니면서 한주의 가능성과 힘을 더욱 절실히 깨닫게 됐다. 이제는 좋은 한주를 소개하고 싶어 책을 썼다. 단양주와 중양주 등 다양한 한주의 테이스팅 노트가 수록돼 있다. 와인 못지않게 다양한 한주의 종류에 놀라게 될 것.

플라톤 구글에 가다
리베카 골드스타인 지음| 김민수 옮김 |믿음사|712쪽|2만5000원

"검색엔진은 철학의 키워드뿐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인가'라는 윤리적 문제에도 답을 찾아준다. 하지만 '좋은 삶' '가치 있는 인생'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철학자다."

플라톤을 현시대 인물로 가정하고 상상한 멘트다. 철학적 픽션의 대가로 인정받는 작가가 환생한 플라톤과 현대인의 만남이라는 독특한 상황을 설정해 플라톤 대화편과 해설을 풀어냈다. 플라톤이 구글플렉스를 방문하고, 육아 토론회에 참석하며 뇌과학자와 논쟁하는 과정을 통해 직접 정치, 교육, 종교, 과학의 배후에 있는 철학의 역할을 밝힌다. 상당히 재기 넘치는 플라톤 철학 입문서다.

무심한 듯 다정한
정서윤 지음|안나푸르나|160쪽|1만3800원

“집사의 모든 것을 알아야겠다는 마음일까. 볼일 보는 화장실까지 기어이 따라와 자리 잡고 앉는다. 그래도 매너 좋은 순돌이는 민망해할까 봐 배려한 건지 결코 정면에 앉는 법은 없다.”

길고양이 순돌이와 칠순 노모의 동거를 교사인 딸이 사진으로 기록했다. 어느덧 칠십 대 중반, 자식들 다 키워놓고 마음이 헛헛했던 노모는 늦둥이 막내로 들어온 순돌이 덕에 웃음을 찾았고, 한때 집고양이였으나 버려져 거친 삶을 살았던 순돌이는 노모 곁에 누울 때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얼굴로 잠든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뭘 좋아하고 필요로 하는지 알고, 힘들 때면 무심한 척 곁을 지켜주는 순돌이와 엄마. 혈연으로 묶인 관계는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위로가 되는 이 관계를 '가족'이 아닌 다른 말로는 설명할 길이 없다.

국어소통 능력시험
한글문화연대 국어소통능력연구실 엮음|지식의 벗|287쪽|2만원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가 총괄하며 한글문화연대 국어문화원이 주관하는 '국어소통능력시험'은 공공기관, 방송, 언론사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에서 직무 수행에 필요한 소통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업무상 문서를 읽고, 대화하고, 적절한 어휘를 선택하여 사용하고 상황과 목표에 맞게 글을 쓰며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고 싶은 사람에게 권할만하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국어소통능력시험'은 평가 요소를 풀이하고 기출문제를 분석한 교재다. 대화, 어휘, 읽기, 쓰기, 국어문화와 어문규범 등 다섯 영역에서 우리가 올바르고 쉽게 국어로 소통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제대로 알아야 하는지 알짜만 모아 놓았다.

흐름을 꿰뚫는 세계사 독해
사토 마사루 지음| 신정원 옮김 |역사의 아침|236쪽|1만3000원

“세계사에서 내셔널리즘이 고양했던 시대는 제국주의 시대와 겹친다. 자본주의가 발달하고 세계화가 진행된 결과 제국주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와 동시에, 국내에 커다란 격차가 발생해 수많은 사람의 정신이 공동화한다. 이 빈 곳을 메울 가장 강력한 사상이 내셔널리즘이다. 신제국주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 내셔널리즘이 다시금 소생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에서 일했던 저자가 오늘의 국제정세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역사적 사건들만 추렸다. 제국주의, 민족 문제, 종교 분쟁 등의 3가지 키워드로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통사적인 지식 없이도 세계사의 큰 흐름을 읽어내도록 독자를 안내한다. 일독하고 나면 국제정세를 이해하는데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