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 계열사에 과징금 총 12.8억 부과, 현대로지스틱스 검찰고발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4개 그룹도 순차적 제재 전망

공정거래위원회가 현대그룹의 소속사를 통한 불법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일감몰아주기 행태를 적발해 과징금 12억8500만원과 시정명령을 부과하고, 일부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는 지난해 2월 대기업 '일감몰아주기(부당지원)'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아 개정된 공정거래법이 적용돼 적발-시정 된 첫 번째 사례다. 공정위는 향후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4개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도 착수할 예정이다.

◆ 개정법 적용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일감몰아주기 첫 제재

15일 공정위는 현대그룹 소속 현대증권과 현대로지스틱스가 총수 친족 회사인 HST와 쓰리비를 통해 불법 사익편취 및 일감 몰아주기를 한 행태를 적발하고, 시정명령과 과징금 12억8500만원을 부과한 후 일부 계열사를 검찰에 고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HST는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동생 현지선씨와 그의 남편 변찬중씨가 주식의 90%를 보유한 총수일가 회사다. 쓰리비는 변창중씨가 주식의 40%를 보유하고 그의 조카 변종웅씨와 변종혁씨가 각각 30%의 주식을 보유한 총수일가 회사다.

이는 공정위가 지난해 2월 시행된 개정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총수일가 사익편취 및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적발·시정한 첫 사례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는 자산 5조원 이상인 대기업의 총수 일가가 지분 30%(비상장사는 20%) 이상을 가진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총수 일가까지 사법 처리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내부 거래액이 연간 200억원 또는 연 매출액의 12% 이상인 회사가 규제 대상이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 현대증권-HST 총수일가 불법 사익편취로 제재

우선 현대증권과 HST는 총수일가 불법 사익편취로 각각 시정명령과 4300만원씩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HST는 컴퓨터 및 주변기기 유지보수업무를 수행하는 회사다.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총수일가가 9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HST를 거래단계에 끼워넣어 실질적 역할없이 상당한 마진을 확보하게 하고 총수일가에 부당이득을 취하게 했다.

지난 2012년 현대증권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거래시 HST는 현대증권에게 제록스와의 거래단계에 자신을 끼워달라고 요청했고, 현대증권은 이를 수용해 HST와 계약했다.

이에 따라 현대증권은 제록스와 직거래할 수 있음에도 실질적 역할을 수행하지 않는 HST와 지점용 복합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하면서 10%의 마진율을 확보해 줬다. 불법 지원성거래규모는 8억5000만원이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HST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를 한 것이고, 현대증권은 HST를 거래단계에 추가함으로써 마진율 10% 만큼 손실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증권은 지원규모가 미미하고 해당 시장에서의 비중도 매우 낮기 때문에 공정거래 저해성 부분을 직접 입증하기 어려워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한 조항은 적용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 현대로지스틱스-쓰리비 일감몰아주기로 제재

현대로지스틱스와 쓰리비는 일감 몰아주기로 각각 시정명령과 과징금 11억2200만원, 7700만원을 부과받았다. 아울러 공정위는 현대로지스틱스를 검찰에 고발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2012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쓰리비로부터 택배운송장을 높은 단가로 구매해 과다한 이익을 제공했다. 현대로지스틱스는 지난 2014년 12월 롯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다. 공정위는 이번 사건은 현대로지스틱스의 책임이므로 계열그룹이 바뀐 것과 검찰 고발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설명했다.

쓰리비는 택배운송장을 직접 생산하지는 않고, 인쇄업체로부터 구매해 택배회사에 납품하는 구매대행업체다. 3년 동안 계열회사가 일감을 몰아줌으로써 별다른 사업리스크 없이 안정적으로 사업활동을 영위해 상당한 마진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로지스틱스는 기존 거래처와 계약기간이 1년 정도 남은 시점에 기존 거래처와 계약을 중도해지하고 쓰리비와 3년간 택배운송장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원성거래규모는 56억2500만원에 달했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택배운송장 시장은 참여자가 모두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 계열회사가 부당지원을 통해 상당한 마진을 확보한 행위는 공정한 경쟁질서에 미치는 폐해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검찰고발 배경을 밝혔다.

◆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등 4개 그룹 순차적 제재 전망

공정위는 이번 현대그룹 제재를 시작으로 한진, 하이트진로, 한화, CJ 등 4개 그룹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 제재에도 순차적으로 착수할 전망이다. 현대그룹에 이어서는 한진그룹 자녀 3남매가 100% 지분을 갖고 있는 스카이사이버에 일감을 몰아준 혐의가 제재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공정위는 하이트진로, 한화, CJ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제재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위해 지난해 2월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0곳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 조사를 벌였다. 당시 각 그룹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계열사 간 거래내역을 요청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지난해 5월부터 상기 5개 그룹에 대한 현장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정창욱 공정위 서비스업감시과장은 “대기업집단의 일감몰아주기 뿐만 아니라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행위에 대해서도 감시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위법행위 적발시 엄중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