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금 보장·원금 부분 보장' 문구 투자자 혼란 줄 수 있어
-저위험 투자성향 고객에 고위험 ELS 판매도 금지

‘연 최고 13.5% 수익을 추구하는 원금보장형 주가연계증권(ELS) 공모’

시중은행과 증권사 지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상품 판매 문구다. 창구 직원들은 반퇴(半退)시대에 퇴직금 등 절대 까먹어서는 안되는 노후자금을 안전한 곳에 투자하라며 상품 가입을 유도한다. 원금이 보장되기 때문에 손실이 날 염려가 전혀 없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저(低)금리·저(低)성장 시대에 접어들면서 원금을 보장받는 ELS 수요는 꾸준히 늘었다. 하지만 실제 이들 상품은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이 아니다.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투자상품이고 고객의 환매 여부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처럼 투자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문구를 ELS 등 파생결합증권 상품명에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또 투자성향이 낮은 등급이 나온 고객에게 확인서를 받아 ELS를 가입시키는 관행도 금지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는 ‘원금보장형 ELS(ELB)’ ‘원금 부분 보장형 ELS’라는 이름을 붙인 상품을 판매해 왔다. 원금까지 보장되는 상품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며 이들 상품은 인기리에 판매됐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파생결합증권 발행 잔액은 102조4792억원으로 이중 원금보장형을 포함한 ELS가 70조4190억원이 판매됐다. 원금보장 ELS는 매년 수십조원이 팔렸다. 2013년 14조7195억원, 2014년 20조1790억원, 2015년 15조6633억원이 판매됐다.

원금보장형 ELS는 은행·증권사 등 발행사가 흔들리면 원금을 보장받지 못한다. ELS를 판매하는 은행과 증권사가 부실화할 위험은 적지만 100% 투자금액을 회수하지 못할 수 있다. 2013년 동양그룹 사태처럼 회사채가 흔들리면 원금보장형 투자상품도 손실을 볼 수 있다.

또 중간에 환매하면 원금 전액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 올 초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3조원이 넘는 돈이 녹인(원금손실 가능구간)에 진입, 안정성 문제가 불거졌다. 홍콩H지수 연계 ELS는 고(高)수익·고(高)위험 상품이라 중국 증시 낙폭이 커지면 과도한 쏠림에 따른 투자자 피해가 불가피하다.

금융위는 ‘원금보장’이라는 문구 대신 ELS의 위험 수준을 넣어 투자판단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A증권 중위험 ELS 191회’ 또는 ‘B증권 고위험 ELS 192회’처럼 투자자들이 위험 수준을 직접적으로 알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금융권에서 고객의 투자성향보다 높은 위험등급의 ELS를 창구직원이 권유하고 매매계약을 체결하는 일도 규제를 받을 전망이다. 현재는 고객이 투자권유를 받지 않고 본인 판단으로 위험도 높은 상품을 산다는 내용의 확인서만 내면 매매계약을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투자성향이 ‘초저위험’인 고객이 중위험 또는 고위험 상품인 ELS를 가입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이런 판매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투자성향 부적합 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각 금융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고객의 투자성향이 낮은데도 ELS 상품을 판매하는 금융사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현행 자본시장법에는 민사적 책임을 가리는 규정만 있을 뿐 이를 어겼을 때 부과되는 행정제재나 형사처벌 규정이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ELS는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상품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사들이 ‘원금보장형’이라는 이름을 붙여 투자자들에게 혼란을 준 측면이 있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원금보장 표현을 금지한 것처럼 모든 ELS에도 원금보장 문구를 쓰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