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야심 차게 탄생시킨 현대차 서브 브랜드 ‘PYL’이 위기에 처했다.

PYL은 '프리미엄(Premium), 유니크(Younique), 라이프스타일(Lifestyle)'의 앞글자를 딴 신조어다. 벨로스터, i30, i40 등이 PYL 브랜드에 속하는 차량이다. 현대차가 20~30대 젊은 소비자를 겨냥, 2011년에 선보였다.

PYL은 기대와 달리 브랜드 출범 다음 해(2012년)부터 판매대수가 곤두박질쳤다. 디젤 수입차 공세에 맞서 현대차가 공격적인 마케팅도 펼쳤지만, 올 1~4월 벨로스터, i30, i40 세 차종의 판매대수는 1700대 수준에 그치고 있다. PYL의 운명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현대차의 실패한 서브 브랜드로 역사 속에 사라지는 것일까?

현대차 PYL 차종들.

◆ PYL 차종 출시 때만 반짝 특수…길에서 보기 어려워

정의선 부회장은 2011년 쿠페형 모델인 벨로스터와 해치백 모델 i30, 유렵형 왜건과 세단 모델 i40를 하나로 묶어 PYL이라는 서브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수입차 공세를 방어하는 동시에 개성을 중요시하는 젊은 고객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 이하였다. PYL 차종인 벨로스터와 i30, i40는 2012년 이래 판매대수가 줄곧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현대차는 2011년 벨로스터 출시 당시 연간 1만8000대만 한정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벨로스터는 출시 첫해 판매대수 1만대를 겨우 넘겼고, 2012년에는 4979대 판매에 그쳤다. 2013년 2927대, 2014년 1780대 판매에 이어 작년에는 1360대까지 판매대수가 급감했다.

현대차 PYL 차종 판매 추이.

i30와 i40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2년 1만5398대와 1만341대가 팔렸던 i30와 i40는 해마다 판매가 30~40%씩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i30와 i40는 3239대와 2043대가 팔리는 데 그쳤다.

현대차는 지난해 1월 PYL의 판매부진을 극복하고자 마케팅 전략을 수정했다. 디자인과 파워트레인(엔진+변속기)을 개선한 모델을 내놓고 차별화 전략을 시도했다.

현대차 PYL 브랜드 홈페이지.

현대차는 PYL을 통해 젊은 소비자와 소통에 나섰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와 동급 모델보다 비싼 가격으로 외면받았다.

벨로스터와 i30, i40는 동급 배기량의 아반떼, 쏘나타 등보다 200만~300만원 비싸지만, 파워트레인은 큰 차이가 없다. 일부 고급 사양을 적용했다는 점을 제외하면 PYL 차량 자체의 강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양지우 자동차 칼럼니스트는 "소비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비인기 차종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은 점도 PYL의 실패 요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PYL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사항.

◆ 올 들어 마케팅 계획도 실종…"브랜드 단종하면 소비자만 피해"

정의선 부회장이 PYL에 의지를 가진 만큼 현대차는 마케팅에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2011년 브랜드 출범 당시부터 지금까지 TV 광고, 멤버십 서비스 등에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판매가 신통치 않자 현대차는 올 들어 PYL 차종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멤버십 이벤트를 사실상 중단했다. 현대차는 올 3월 4일 PYL 브랜드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란 게시글을 마지막으로 올해 계획을 내놓지 않았다.

PYL 운영센터 관계자는 "올해 PYL 브랜드 활동과 관련해 확정된 내용은 아직 없다"며 "언제쯤 새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난해 말까지 PYL 멤버십 고객을 대상으로 영화 이벤트, 서킷 이벤트, 맛집 체험 이벤트 등 특화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슬그머니 하나의 브랜드를 단종시킨다면 현대차를 믿고 산 소비자에게는 중고차 가치 하락 등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하다"며 "가격을 낮추고 상품성을 개선해 안정적인 판매량을 유지하는 장기적인 관점의 브랜드 마케팅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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