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1회 충전으로 200마일(320km)을 달리는 전기차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개발 중이다. 2018년 공개가 목표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의 전기차 기술력이 테슬라나 다른 경쟁사에 뒤지지 않는다. 안전성과 주행 성능을 향상시킨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320km를 가는 전기차 SUV는 올해 6월 현대차가 출시 예정인 전기차 '아이오닉 EV(1회 충전으로 180km 주행)보다 주행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전망이다. 주행거리 320km면 서울과 대전을 왕복 할 수 있다. 미국 테슬라의 보급형 전기차 '모델3' 역시 1회 충전으로 200마일(320km)을 갈 수 있다.

아우디, 폴크스바겐 같은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어떤 수준일까? 현대차가 320km를 가는 전기차 SUV를 내놓을 즈음 유럽 자동차 회사들은 1회 충전으로 500~600km를 달리는 전기 자동차를 내놓을 전망이다.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경쟁자를 쫓아가면, 경쟁자들은 더 빨리, 더 멀리 달아나는 형국이다. 현대 자동차가 불붙은 세계 전기차 경쟁에서 낙오할지 모른다는 경고음이 나온다.

올해 3월 제주도 서귀포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6 국제 전기 자동차 엑스포'에서 현대자동차가 전기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을 선보였다.

◆ 300km 달리는 '볼트 EV' 올해 나와…폴크스바겐은 600km 달리는 콘셉트카 공개

올해와 내년에 나올 전기차들은 1회 충전으로 300km 이상을 달린다. GM '쉐보레 볼트 EV'와 테슬라 '모델3'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이들 회사가 북미를 중심으로 전기차 시장을 상당히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18년 이후에는 주행 성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후속 모델이 나올 전망이다.

유럽 자동차 회사들의 전기차 개발에도 속도가 붙었다. '성능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에 충실하다. 아우디는 최대 출력 500마력, 1회 충전시 주행 거리 500km인 'e-트론 콰트로'를 2018년부터 양산한다고 선언했다.

폴크스바겐도 1회 충전으로 600㎞를 달리고, 15분 만에 배터리 용량의 80%를 충전하는 전기차 '버드-e'를 이미 공개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폴크스바겐 '버드-e', GM '쉐보레 볼트 EV',아우디 'e-트론 콰트로'.

현대차의 전기차 개발 속도가 경쟁사보다 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술력보다는 회사의 문화와 무관심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한국 기업은 회장을 정점으로 하는 상명하복(上命下服)식 문화가 강하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며 "정몽구 회장이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에 관심을 가지면서 직원들이 전기차 개발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어려웠다. 테슬라 열풍이 몰아친 뒤에서야 따라가는 형국이 됐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말 뿐인 계획보다는 소비자에게 현대차의 기술이 어느 정도인지 보여주는 '콘셉트카'라도 내놓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해 4월 1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외손자 선동욱씨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외손자 선동욱씨(정성이 이노션 고문의 아들) 결혼식에서 기자들이 전기차 시장 전망에 대해 묻자 "(아이오닉이) 금년에 나와 봐야 알 것 같다. 나도 아직 전기차는…"이라고 말끝을 흐렸다.

정 회장은 작년 말 현대차가 출시한 대형세단 제네시스 'EQ900'에는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그는 작년 12월 EQ900 발표 행사에 직접 참석했으며, 선동욱씨 결혼식에도 이 차량을 타고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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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론 머스크 테슬라 CEO

◆ 테슬라, 주행거리는 기본, 디자인·고급 이미지로 열세 극복

자동차 업계에서는 충전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시장에서 주행 거리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올해 1월 기준 국내 전기차 충전소는 337곳에 불과하다. 서울 42곳, 경기 57곳, 제주 49곳 등이다. 전국 주유소(1만2400곳)의 3% 수준에 그치고 있다. 충전소가 많은 수도권이나 제주를 벗어나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충전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는 주행 거리가 긴 전기차를 소비자가 선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급속 충전기 6000기, 완속 충전기 1만2000기가 보급됐다. 우리보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양호하다.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앨런 머스크는 자동차 시장의 후발 주자이지만 디자인과 1회 충전시 주행가능한 거리로 자동차 회사들을 긴장하게 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세단 모델S는 1회 충전으로 500km 가까운 거리를 달린다.

머스크는 2008년 고급 스포츠카 전기차 '로드스터'를 생산, 10만달러(1억1500만원)에 내놓은 뒤 가격을 낮추는 전략을 펼쳤다. 2012년 가격이 7만달러(8000만원)부터 시작하는 전기차 세단 '모델S'를 선보였다. 올해 4월 1일에는 가격이 3만5000달러(4000만원)에 불과한 보급형 전기차 '모델 3'를 선보였다. 모델 3는 계약 개시 3주 만에 40만명이 주문할 정도로 인기다.

머스크는 소비자들에게 주행거리 걱정 없이 달릴 수 있는 전기차를 강조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과 기능에 신경을 썼다. 문에 손을 대면 손잡이가 튀어나오고, 문이 위아래로 열리는 차를 디자인했다. 내부에는 각종 버튼을 최소화 하고 17인치 터치스크린으로 조작할 수 있게 했다.

테슬라의 전기차 '모델X'의 모습

◆ 테슬라 "우리 특허 가져다 써라" 무료 공개로 판 키워
2014년에는 테슬라가 보유 중인 전기차 관련 특허를 무료로 공개했다. 경쟁자들도 테슬라의 기술을 공짜로 쓸 수 있다. 전기차 시장의 파이부터 키우려는 파격적인 결단이었다.

"'휴대폰 모서리 모양(Trade Dress·독창성 있는 상품의 외장)'을 놓고 삼성과 지루한 특허 전쟁을 벌인 스티븐 잡스 보다 더 혁신가(Innovator) 같은 풍모가 느껴진다"는 언론의 찬사가 쏟아졌다.

전기차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미국과 중국에 무료 충전소를 직접 설치하기도 했다.

자동차업계 전문가는 "2018년쯤 배터리 기술 발전과 전기차 기업의 성장으로 자동차 시장이 대전환기를 맞을 것이다"며 "테슬라 같은 후발 주자가 시장의 주도권을 갖는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발돋움하는 사이 현대차는 따라가기 급급한 후발주자로 뒤쳐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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