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교통 체증 완화에 도움"…탄탄한 인프라 구축은 과제

대형 관광버스의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시 종로구가 관광버스의 도심 진입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심 외곽에 대형 관광버스 주차장을 마련하는 한편 서울 도심에 진입하는 셔틀버스를 운행한다는 계획이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이 계속 증가하는 상황에서 도심 주차장을 넓히는 것만으로는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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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종로구가 마련한 이 방안이 현실화될 경우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에 따른 교통 혼잡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서울보다 앞서 관광객 증가와 이에 따른 교통 혼잡 문제를 경험한 미국, 유럽 등 많은 선진국 도시들은 이미 도시 외곽 주차장과 도심으로 진입하는 대중교통 체계를 마련하는 시스템을 탄탄하게 구축하고 있다.

도심 내 관광버스의 진입을 제한하면 대형 전세버스가 백화점, 면세점 등 주요 거점에만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현재 관행이 사라지면서 일부 업계에 집중된 관광의 경제적 효과가 골목 상권으로 확대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진단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교통 체증 해소와 부수적인 효과를 기대하려면 관광객을 동선을 고려한 인프라를 꼼꼼하게 구축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외곽 주차시설과 대중교통 시스템 완비…유럽의 '파크 앤드 라이드' 정책

일본 도쿄시는 최근 잇따라 관광버스 업체들과 긴급 간담회를 가졌다. 도쿄를 찾는 중국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들을 실어나르는 관광버스가 도쿄 시내를 점령했고, 교통 혼잡과 대기 오염 문제로 시민의 피해가 심각해진 상황에 지자체와 관련 업계가 머리를 맞댄 것이다.

도쿄시는 하루 빨리 대응책을 찾겠다는 입장이지만,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 관광객 유치를 지속하면서 동시에 관광객 증가로 인해 발생하는 도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수를 아직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옥스퍼드시는 도시 외곽에 자동차를 주차해놓고 버스를 이용해 도심에 진입하도록 하는 '파크 앤드 라이드'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은 도시 외곽에 차를 놓고 도심으로 들어오는 이용자들이 이용하는 대형 버스.

미국과 유럽 도시의 정책은 서울시와 도쿄시가 참고할만한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잉글랜드 옥스퍼드셔 주의 대학 도시 옥스퍼드시는 도시를 찾는 관광객들이 도심 밖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내로 들어오도록 하는 이른바 '파크 앤드 라이드(park and ride)'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옥스퍼드시는 도심 내 불법 주정차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외곽 주차 요금은 낮게 책정하고 시내 주차장을 이용하는 차량에는 높은 주차료를 부과하고 있다. 대신 도심 외곽에 약 2000대의 대형 버스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을 설치했고, 도심으로 향하는 버스를 10분 간격으로 운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네덜란드 수도 암스테르담과 오스트리아 서부 도시 잘츠부르크 역시 파크 앤드 라이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이용자들에게 편리한 대중교통 체계와 외곽 주차 시설을 갖추고 있다.

◆ 관광버스 도심 진입 통제, 옳은 방향이지만 과제도 산적

전문가들은 관광버스 불법 주정차로 인한 교통 혼잡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논의가 현실화될 경우 교통 체증 완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시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의 김순관 선임연구위원은 "도심이 수용할 수 있는 교통량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자가용이든 관광버스든 장기적으로 이들의 도심 진입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며 "종로구의 구상은 옳은 방향"이라고 말했다.

박인권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역시 "다른 외국 도시들도 도심의 교통을 통제하고 시민들이 걸어다니는 환경으로 조성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교통 체증을 완화하고 관광객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을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줄어들지 않도록 편리한 셔틀버스 노선을 구축하고 대중교통 체계도 재점검해야 하는 것은 장기적인 과제다. 박인권 교수는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정교한 정책과 홍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순관 선임연구위원은 "관광버스를 이용하는 단체 관광객의 동선을 셔틀버스로 대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도심 외곽보다는 한강고수부지 등에 대형버스 주차장을 마련하는 방안도 다각적으로 검토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