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이 2013년과 2014년에 발생했던 손실 2조원 가량을 작년 재무제표에 뒤늦게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발생한 영업손실 5조5000억원 가운데 일부를 2013년과 2014년에 반영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수정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9743억원, 영업손실 5조5051억원, 당기순손실 5조1324억원을 기록했다고 3월 7일 공시했다.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대우조선해양은 2013년과 2014년 각각 4242억원, 45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했지만, 2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이 반영될 경우 적자 전환될 전망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최근 3년간 발생한 대우조선해양 적자 총액은 변동이 없고, 손실이 발생한 연도만 달라진다”고 했다. 구체적인 영업손실 반영 규모는 28일 공시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3월 30일 주주총회를 개최한다.

대우조선해양 외부감사인인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은 “최근 2015년도 감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재무제표상 오류를 발견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장기매출채권 충당금과 송가 프로젝트 손실을 제 때 반영하지 않았다”고 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5년 실현‧반영된 손실 가운데 일부를 2013년과 2014년 손실로 반영하라고 대우조선해양에 권고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외부감사인 요구에 따라 재무제표를 다시 작성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은 “재무제표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수정을 결정했다. 원가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하고, 상황을 정밀하게 예측하는 등 관리 역량을 늘려 손익을 고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이 재무제표 수정에 나서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5월 정성립 사장 취임 직후 3조원이 넘는 적자를 한번에 실적에 반영, 전임 경영진의 분식회계 의혹이 제기됐다.

검찰은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 중이다. 금융 당국도 고의적인 분식 회계 의혹을 조사하기 위해 대우조선해양과 회계법인에 대한 회계감리를 벌이고 있다.

조선업계는 흑자 재무제표를 믿고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이번 사태를 빌미로 집단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사태가 향후 수주 활동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12월 이후 최근까지 단 한 척의 선박도 수주하지 못했다. 2010년 이후 줄곧 대우조선해양을 감사한 안진회계법인이 제 역할에 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