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국내 코스닥 상장사들이 줄줄이 유상증자에 나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현재까지 코스닥시장에서 총 45건의 유상증자가 단행됐다. 보통 유상증자는 기업이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실시한다. 유상증자는 사채 발행보다 상대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적게 들고, 은행에서 차입하는 것이 아니어서 금융비용 부담도 없다.

하지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코스닥 상장사의 유상증자에 참여하고자 할 때는 주의해야 한다. 회사가 정상적으로 경영하는데 필요한 자금이 아닌 부족한 현금을 메우기 위한 성격의 증자에 참여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들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선일보DB

실제 유상증자를 결정한 상당수 코스닥 상장사들은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에이디칩스(054630)와 에스에스컨텍의 경우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관리종목 편입사유가 발생하자 운영 자금 조달을 이유로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현행 규정상 코스닥 상장 법인이 4년 연속 적자가 나면 관리종목에 지정되고 5년 연속이면 상장폐지요건에 들어간다.

일부 유상증자는 경영권 인수자금 조달, 비상장사의 우회상장 등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포피아는 소프트웨어 업체 오상자이엘이 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7.75%를 취득,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또 디지탈옵틱의 경우 중국 카이선그룹이 올해 1월 두 차례에 걸쳐 약 200억원 규모의 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경영권 확보·투자 유치 등으로 주가를 띄운 후 유상증자 결의를 취소하거나 납입을 미루는 기업도 많다. 보타바이오는 지난해 12월 재무구조개선 및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236억8600만원 규모의 제3자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고 공시했다. 제3자배정 대상자는 청대집단유한공사(QINGDA HOLDINGS LIMITED·칭다그룹)이며 납입 후에는 보타바이오의 최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보타바이오는 유상증자 납입일을 1월 20일에서 2월 29일로 바꿨다가 다시 4월 29일로 2개월을 연기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 신뢰가 깨지면서 주가가 급락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고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실적이 악화된 기업들이 유상증자에 나서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유상증자는 재무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주식가치가 희석되는 점도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