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두 번째 대국이 진행됐다. 대국 초반, 현장 중계 진행을 맡은 김여원 캐스터는 유창혁 해설에게 “알파고의 기풍은 어떤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잠시 생각하던 유 9단은 “잘 모르겠다”며 “어제와 오늘 두는 걸 봤는데, 알파고의 기풍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고 답했다. ‘알파고 분석’을 어려워한 것은 유 9단 뿐이 아니었다. 바둑TV 해설을 맡은 김성룡 9단도 알파고가 특이한 수를 두자 “한중일 프로기사가 1300명 정도 되는데, 모두 모아놓고 알파고의 다음수를 예측해보라고 해도 저 수는 맞추지 못할 것”이라 평했다.

10일 2국 공식 해설위원을 맡은 유창혁 9단(왼쪽)은 이세돌 9단이 중반전에서 승리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그러나 막판 끝내기 상황으로 몰고간 알파고는 이 9단을 압박하며 2번째 승리를 거머줬다.

알파고가 해설자들의 예측에서 벗어나는 것은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사고하기 때문이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사람은 최대한 크게 이기는 길을 찾으려 하지만, 알파고에는 최대한 안전하게 이기는 길을 찾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바둑판에서 일어나는 경우의 수는 10의 170승으로 사실상 무한대에 가깝다. 프로 기사들은 자신이 바둑판 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변수를 예측할 수 없음을 알기 때문에 상대방과 최대한 격차를 벌려 승리를 얻으려 한다. 알파고는 초당 10만개의 수를 계산할 수 있지만, 이 역시 모든 경우의 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알파고는 ‘변수’를 최대한 줄이는데 집중한다. 김 연구원은 “크게 이기고 변수가 많은 수와, 적게 이기고 변수가 적은 수가 있다면 알파고는 후자를 택하도록 설계됐다”며 “프로 기사와는 다른 길을 가기 때문에 ‘실수’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이는 알파고의 ‘계산’의 결과”라고 말했다.

조혜연 9단은 “이 9단은 실수를 하지 않았고, 알파고는 몇 번의 실수가 있었다”며 “완벽한 이세돌이 실수한 알파고에게 진 형국”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알파고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는 실수가 아니라 ‘안전하게 이기는 수’일 뿐이다.

이런 알파고의 특성 때문에 해설자들은 대국을 중계하는 동안 몇 번이나 말을 바꿔야 했다. 끝내기 국면에서 알파고가 이 9단에게 돌을 잃자 김성룡 9단은 “저 수는 명백한 실착이다 이 9단이 역전할 수도 있겠다”고 말했다가 이후 이 9단의 패색이 짙어지자 당황스러워하기도 했다.

생각하는 기준부터 다른 만큼, 남은 3번의 대국에서도 해설자들은 알파고가 놓는 포석을 시청자들에게 설명하는데 애를 먹을 것으로 보인다. 이정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의료영상연구실 선임연구원은 “사람에게는 알파고의 수가 애매하게 느껴지지만, 알파고는 1수를 둘 때마다 조금씩 이득을 얻는 바둑을 둔다”고 말했다.

일러스트 이진희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