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기술을 보유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다음 달 서울에 사이버보안센터(CCC· Cyber Crime Center)를 설립, 운영할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MS는 국내 기관의 협조 요청이 있을 경우 이 센터가 확보한 정보를 공유해 사이버범죄 퇴치에 나서기로 했다. 북한의 사이버 테러 위협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사이버 안보 능력을 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본지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MS는 다음 달 4일 서울 경복궁 부근에 있는 한국MS 건물 12층에서 해킹 등 사이버 범죄에 대응하는 '서울 사이버보안센터'를 개소한다. 센터 규모는 약 330㎡(100평)이며 앞으로 4배까지 늘릴 계획이다. 근무 인원이나 보유 장비 등은 대외비다.

미국 레드먼드에 있는 사이버보안센터(Cyber Crime Center) 본부. 보안 전문가들이 실시간으로 뜨는 해킹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MS는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레드먼드에 사이버보안센터 본부를 두고, 워싱턴DC·독일 베를린·중국 베이징·일본 도쿄·싱가포르 등 5곳의 지역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서울센터는 6번째 지역센터가 된다.

사이버보안센터의 역할은 각국에서 PC나 인터넷 사이트에 대한 해킹 공격을 탐지하고 방어하는 것이다. 매년 10억달러(약 1조2400억원) 이상의 운영비를 쓰며, 전 세계 10억대 이상의 컴퓨터와 정보기기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센터는 미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해 38개국 정보기관과 해킹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한국MS는 이달 초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경찰청 사이버수사대 등에 서울센터의 개소를 알리고 공조 태세를 갖췄다.

서울센터는 작년 한미 정상회담 때 양국 정부가 사이버안보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한 데 따른 후속조치의 성격도 있다. 다음 달 개소식에는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참여할 예정이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국방학과 교수(전 대통령 안보특보)는 "서울 센터 개소로 대(對) 북한 사이버테러 억제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사이버 버전의 사드(THAAD) 역할"이라고 말했다. 사드는 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서울센터가 제3의 국가로부터 미국으로 들어가는 사이버 공격을 견제하는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 해커들이 미국의 컴퓨터나 인터넷사이트를 공격할 때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해 우리나라 통신망과 PC를 경유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IT전문 법률사무소인 테크앤로의 구태언 대표변호사는 "정부 주도만으로 안전한 사이버 세상을 만들기는 불가능하다"며 "국가의 사이버보안 수준을 높이기 위해 MS와 같은 민간기업과 전략적인 협력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