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롯데와 신세계의 신용등급 하락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규점포 오픈에 따른 비용증가, 이커머스 업체와의 경쟁심화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신용평가업체 무디스는 최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롯데쇼핑에 이어 이마트의 신용등급도 조정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신용평가업체들이 대형 유통업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 신용평가업체 전문가는 “실적악화와 재무부담 확대로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신용등급이 점진적으로 내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 무디스, 롯데쇼핑 신용등급 전망 부정적강등 우려

18일 유통업계와 신용평가업계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하면 롯데쇼핑(023530)의 국제신용등급 강등 가능성 높아졌다. 국제신용평가업체인 무디스가 16일 롯데쇼핑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업체들은 기업의 신용등급을 조정하기 전 등급 전망부터 조정하는데, 6개월~1년 정도 해당 기업을 지켜본 뒤 큰 변화가 없으면 실제로 신용등급을 바꾼다.

무디스는 롯데쇼핑의 실적부진을 평가의 주된 근거로 내세웠다. 2006년 상장한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는 것이다.

롯데쇼핑은 지난해 잠정 매출과 /chdaocnf 영업이익이 각각 29조1300억원, 8600억원이라고 밝혔다. 전년에 비해 매출은 3.7%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7.8% 줄어든 실속없는 성장이다. 2008년 이후 8년 만에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더 심각한 것은 순이익이다. 롯데쇼핑은 2014년 6160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으나 1년만에 적자로 전환, 346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특히 중국에서 인수한 기업들의 영업권 가치 하락을 반영해 적자 폭이 커졌다”고 말했다. 프리미엄을 얹어 중국기업을 비싸게 샀는데, 재평가하니 그만한 가치가 없어 비용으로 반영했다는 뜻이다.

오픈마켓, 소셜커머스 업체의 영역 확대로 유통업계 전반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된다.

유완희 무디스 부사장 겸 선임연구원은 “롯데쇼핑의 수익성 하락은 취약한 국내 소비, 다른 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때문이다. 비우호적 업황에 따른 이익 압박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이마트도 신용등급 하락 적신호

국내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139480)역시 국제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크다. 실적둔화로 인해 무디스가 제시한 등급 하향 요건(트리거·trigger) 밑으로 재무지표가 악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유력하다.

이마트 베트남 1호점.

이마트의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 잠정 영업이익은 5038억원으로 전년도(5830억원)에 비해 13.6% 감소했다. 매출액은 13조 6400억원으로 3.7% 늘었으나,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해 수익성은 나빠졌다.

당기순이익은 4560억원으로 56.2% 늘었지만, 대부분(3255억원)이 주식(삼성생명 지분) 매도차익이었다.

영업과 관련 없는 이익(주식매각차익)을 제외하면 순이익이 전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셈이다. 무디스는 이와 관련, “지난해 이마트의 수익성과 재무레버리지는 상당히 약화됐다. 현재 등급(Baa2) 카테고리의 취약한 끝에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 국내 신용평가사 전망도 어두워

대형 유통업체에 대한 국내 신용평가업계의 전망도 밝지 않다. NICE신용평가는 1월 18일 신세계(004170)의 장기신용등급(AA+)에 대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고, 한국신용평가는 같은 달 19일 신세계의 무보증회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A+(부정적)’으로 매겼다.

롯데백화점 본점(왼쪽), 신세계백화점 본점.

업황이 좋지 않고 투자 규모도 늘어 재무상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신세계는 올해 3조35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해 전체 투자규모(2조2400억원)에 비해 50% 가량 늘어났다.

박춘성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소셜커머스, 해외직구 등 경쟁·대체 유통채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신규점포 오픈에 따른 비용증가 등으로 기존 대형 유통업체들의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 실장은 “롯데쇼핑은 해외부문의 재무부담 가중 여부를 모니터링 할 필요가 있다. 신세계와 이마트의 경우 올해 차입금 규모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