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최근 인도에서 '식민주의(植民主義)' 논란에 휘말렸다. 인터넷 보급 차원에서 저소득층에 무선 인터넷을 무료 제공하는 '프리 베이식(free basics)' 서비스를 인도 정부가 지난 8일(현지 시각) 금지한 것이 발단이다. 페이스북이 이동통신사들과 함께 추진한 프리 베이식은 무료인 대신 교육·의료 등 일부 웹사이트만 접속 가능하다. 인도 정부는 이용자들이 편향된 정보·관점에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를 금지했다.

그러자 페이스북 이사 마크 앤드리슨은 "세상에서 제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무료 인터넷을 제공하는 일을 이념적 이유로 거부하는 건 도덕적으로 잘못"이라는 글을 온라인에 올렸다. 그는 "수십년간 계속된 반(反)식민주의는 인도인들에게 경제적 재앙"이라고도 했다. 그는 이 글이 "식민주의를 옹호한다"는 논란을 일으키자 해당 글을 내리고 사과했다. 이후 마크 저커버그 CEO도 "앤드리슨의 발언은 페이스북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인도 현지에선 페이스북을 '인터넷판 동인도회사'에 비유하는 등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총칼 대신 인터넷 앞세운 신(新)식민주의 논란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을 둘러싼 논란이 '디지털 식민주의(digital colonialism)'에 대한 우려를 보여준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디지털 식민주의란 거대 기업이 총칼 대신 인터넷을 무기로 특정 국가나 집단을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힘센 나라가 약한 나라를 무력으로 굴복시키는 것을 가리켰던 식민주의의 의미가 디지털 시대에 들어와서 달라진 것이다.

프리 베이식 논란은 통신망 중립성(net neutrality)에서 시작했다. 통신망 중립성은 인터넷을 제공하는 사업자가 특정 서비스를 임의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인도에서는 페이스북이 이를 어기고 프리 베이식을 통해 자사 입맛에 맞는 콘텐츠만 제공할 것이라는 의구심이 끊이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이에 대해 "통신망에 지장을 주는 사진 용량을 줄이는 등 기술적 요건을 충족하면 누구나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해명에 나섰다.

구글의 중립성을 요구하는 시위대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구글 본사 앞에서 ‘사악해지지 말 것(Don’t be evil)’이라는 슬로건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그런데도 논란은 "인도인들이 어떤 콘텐츠를 접할지를 외국 기업인 페이스북이 결정하려 한다"는 온라인 주권(主權) 문제로 번졌다. 명문 인도공과대학(IIT) 등 교수 140여명이 발표한 공동 성명서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들은 페이스북을 인도에 식량을 원조하려는 초콜릿 회사에 비유하고 "어떤 식량이 인도인에게 '기본(basic)'으로 필요한지 그 회사가 마음대로 정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인도의 역사적·경제적 특성 때문에 디지털 식민주의 논란이 자주 일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인도는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였던 역사를 갖고 있다. 이런 사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기술만을 앞세우다 보면 페이스북과 같은 논란이 일어나기 쉽다. 인도는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인구 대국이다. 중국은 외국 기업의 진출을 까다롭게 규제하고 인터넷 서비스를 통제한다. 상대적으로 인도는 규제가 덜해 글로벌 기업의 진출이 활발하다. 저커버그도 인도에서 강연을 열고 "인도는 세계 최대의 자유 국가인 만큼 인도를 빼면 전 세계를 연결하지 못한다"고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글에 대해서도 우려 목소리

디지털 식민주의 논란에 휩싸인 대상은 주로 플랫폼(platform)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다. 특정 기기를 파는 기업보다는 여러 기기에서 두루 쓰이는 플랫폼을 장악한 기업이 전 세계적 영향력을 확보하기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구글이다. 예컨대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인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은 23% 정도이지만, 구글이 삼성전자를 포함해 여러 제조사 스마트폰에 제공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의 점유율은 80%가 넘는다.

구글은 핵심 사업인 검색 외에도 이메일, 동영상, 앱(응용프로그램) 장터 '구글플레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러 기기를 통신으로 연결해 통합 제어하는 사물인터넷이나 인공지능 등 차세대 기술 분야에도 전방위로 진출하고 있다.

구글이 제공하는 여러 서비스의 핵심은 소비자의 특성을 데이터화하는 것이다. 어떤 내용을 자주 검색하고, 어떤 생활 습관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해 각 소비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러나 구글이 진출하지 않은 영역이 거의 없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인 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한다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구글은 이를 인식한 듯 회사의 행동 강령(Code of conduct)에서 도덕성을 강조한다. 구글은 과거 '사악해지지 말 것(Don't be evil)'이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여기에는 준법·정직 등 일반적 원칙도 포함돼 있지만 구체적으로는 "이해관계의 충돌을 피하고 사용자들의 필요에 맞게 편향되지 않은(unbiased) 정보를 제공한다"는 의미라고 구글은 설명했다. 검색 서비스 기업으로서 중립적인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구글은 지난해 지주회사 '알파벳' 체제로 전환하면서 이 구호를 '옳은 일을 하라(Do the right thing)'로 바꿨다. 검색을 넘어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로 성장하면서 더 적극적인 의미를 담은 것이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은 "회사의 성장에 따라 더 성숙한 방식으로 기업 윤리를 표현하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