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로 나와 있는 현대증권인수 후보자들이 "현대엘리베이터의 우선매수권이 취소돼야 현대증권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입장을 밝힌 가운데, 현대그룹과 채권단, 금융당국은 우선매수권 조건을 수정하지 않고 매각을 추진키로 했다.

현대증권 매각 시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권리가 있긴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행사할 가능성이 낮다는 판단에서다.

15일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그룹에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증권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경우 설령 현대엘리베이터가 자금을 조달한다고 해도 대주주 적격성 승인을 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면서 "현대증권 인수 후보자들은 기껏 인수전에 참여했는데 현대엘리베이터에 매물을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그룹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관계자도 "현대증권 인수 후보자들이 '우선매수권 조항을 삭제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실적으로 현대엘리베이터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가능성은 없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에 1400억원을 지원하며 현대증권에 대한 콜옵션(매수청구권), 우선매수권(매각시 우선 협상 권리)을 보장받았다.

현대그룹은 "현대상선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으나 일각에서는 현대엘리베이터가 현대상선의 알짜 자회사인 현대증권을 헐값에 빼갈 수 있는 권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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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증권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KB금융, 한국투자증권 등은 우선매수권 조항이 삭제돼야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KB금융 관계자는 "지난해 현대증권 매각이 좌초됐던 것도 '진성매각' 여부가 논란이 됐기 때문이 아니냐"면서 "우선매수권이 없어야 (인수 여부를) 진지하게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현대그룹 관계자는 "자구계획을 이행하는 도중에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이유가 없다"면서 "일부 투자자가 인수 가격을 깎기 위해 논란을 부추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현대증권 매각은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현대증권은 자기자본이 3조원 이상인 대형 증권사이지만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 22.56%의 시세는 3000억원 가량이다.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감안해도 최근 미래에셋증권에 2조4500억원에 팔린 대우증권에 비하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 대형 증권사 중 마지막으로 남은 매물이라는 점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현대증권 인수전에는 KB금융, 한국투자증권 외에도 메리츠종금증권, 중국계 금융회사, 국내외 사모펀드들이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매각 당시 우선협상자, 차순위협상자였던 오릭스, 파인스트리트도 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현대증권 예비입찰은 이달 29일 실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