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바빌로니아인이 '적분(積分)의 아버지'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훔볼트대의 마튜 오센드리버 교수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서 "기원전 350~50년에 제작된 바빌로니아의 점토판을 해독해보니 고대인들이 목성의 이동을 분석하는 데 기하학의 적분(積分) 개념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오센드리버 교수가 해독한 점토판들은 19세기에 지금의 이라크에서 발굴됐다. 손바닥 크기의 점토판에는 쐐기 모양의 설형문자가 새겨져 있다. 오센드리버 교수는 "해독 결과 이 점토판은 시간과 속도의 변화를 통해 목성의 이동 거리를 구하는 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사다리꼴 면적으로 목성의 이동 거리를 계산한 내용의 고대 바빌로니아인의 점토판(왼쪽). 오른쪽 그래프는 시간(X축)과 속도(Y축)의 변화그래프이다. 첫날 목성은 하루에 12도 이동했고, 60일 뒤에는 9도30분 이동했다. 사다리꼴 면적은 60일간 목성의 이동 거리가 되며, 이를 둘로 나누는 수직선은 절반의 거리를 이동한 시점을 나타낸다. 그때 목성은 하루 10도45분 이동했다.

고대 바빌로니아인들은 목성을 자신들의 수호신 '마르두크'의 상징으로 보고 집중적인 관측을 했다. 점토판에는 동트기 전 지평선에 목성이 나타난 날과 그로부터 60일 뒤 목성이 하루에 하늘에서 얼마나 이동했는지를 보여준다. 목성의 이동 속도는 점점 느려졌다. 점토판에는 사다리꼴 면적을 똑같이 둘로 나누는 것을 언급하며 목성이 60일간 이동한 거리 중 꼭 절반만큼 간 시점을 밝혔다.

오늘날 수학으로 해석하면 시간의 변화를 X축으로 두고 목성의 이동 속도를 Y축에 표시한 그래프로 생각할 수 있다. 거리는 속도와 시간의 곱이다. 그래프에서 목성의 이동 속도를 나타낸 선의 아랫부분 사다리꼴 면적이 목성의 이동 거리가 된다. 바로 적분의 개념이다.

지금까지 적분 개념은 14세기 영국과 프랑스에서 처음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 상태에서 시작해 일정한 비율로 속도가 달라진 물체가 이동한 거리는, 같은 물체가 같은 시간 앞서 최대 속도의 절반으로 이동한 거리와 같다는 이른바 '평균속도의 정리'다. 이는 속도 그래프의 면적 계산으로 쉽게 알 수 있다.

바빌로니아인들은 그보다 1400년 앞서 같은 개념으로 목성의 이동을 계산해낸 것이다. 오센드리버 교수는 "그리스인도 천체의 운동을 타원 등의 기하학 개념으로 표현했지만 바빌로니아인들은 그보다 훨씬 추상적인 기하학 개념을 천체 관측에 도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