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 10억명에 육박하는 세계 1위 모바일 메신저 와츠앱(WhatsApp)이 18일(현지 시각) 서비스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미국·영국 등 일부 국가 이용자들에게 받아왔던 99센트(약 1200원)의 연회비를 폐지하기로 한 것이다.

대신 기업이 와츠앱 이용자들에게 홍보용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유료 서비스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 예컨대 항공기 출발·도착이 지연될 때 항공사가 와츠앱을 통해 고객들에게 곧바로 지연 사유를 설명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기업에서 돈을 받겠다는 것이다. 이 서비스가 정착되면 지금까지 연회비로 벌어들인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것으로 와츠앱은 기대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이미 '플러스친구'라는 기업용 유료 메시지 서비스를 하고 있다.

무료 서비스로 사용자를 늘리는 데 주력했던 모바일 메신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수익 창출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톡·라인 등에 이어 와츠앱·페이스북·구글 등도 다양한 서비스를 접목하며 일제히 메신저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나섰다.

메신저로 돈 버는 IT 기업들

2014년 페이스북이 와츠앱을 192억달러(약 23조3000억원)에 인수했을 때 과연 '돈값'을 하겠느냐는 지적이 많았다. 와츠앱은 세계 1위 메신저라는 상징성은 있지만 이렇다 할 수익 모델은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징적으로 소액의 연회비를 받는 데 대해 일부 사용자는 거부감을 나타낼 정도였다. 와츠앱 공동 창업자인 얀 쿰(Koum)이 18일 독일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발표한 내용은 이용자에게 직접 돈을 걷는 대신 기업을 대상으로 본격적인 수익 창출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페이스북도 와츠앱과 별도로 운영하는 '페이스북 메신저'에 지난해부터 송금서비스 등 새로운 기능을 계속 추가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는 우버와 제휴해 메신저로 차량을 호출하고 요금까지 결제할 수 있는 기능을 선보였다. 우버 앱(응용프로그램)을 별도로 실행할 필요 없이 친구들과 채팅을 하다가도 필요할 때 바로 차량을 부를 수 있다. 페이스북은 우버로부터 수수료를 받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IT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앞으로 항공사 등 다른 기업들과 제휴를 확대한 뒤 수수료를 받으며 수익화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메신저를 개발 중이다. 예를 들어 메신저의 채팅방에서 대화 중인 사용자들의 입맛을 인공지능이 자동 분석해 적절한 음식점을 추천해주는 서비스가 가능하다. 메신저로 음식 주문·배달도 할 수 있다. 구글은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

이런 움직임은 아시아권 모바일 메신저들이 다양한 수익 모델을 도입한 데서 영향을 받은 것이다. 카카오톡은 한국에서 이용자 3921만명을 끌어모아 시장을 석권한 뒤 택시·대리운전 호출 등을 접목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예전부터 존재해온 서비스업은 시장 규모가 크기 때문에, 메신저와 결합해 약간의 수수료만 받아도 매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도 이용자들이 이모티콘을 자유롭게 만들어 파는 모바일 장터를 만들고 매출 일부를 수수료로 받는다.

SNS보다 이용자 많아진 모바일 메신저

모바일 메신저는 이용자 규모 면에서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넘어서고 있다. 독일의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와츠앱·QQ(중국) 등 세계 5대 모바일 메신저의 이용자 합계는 34억1000만명이었다. 페이스북 등 상위 5개 SNS의 이용자 합계인 32억1900만명보다 많았다. 시장조사 기관 닐슨은 지난해 미국에서 이용자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스마트폰 앱으로 페이스북 메신저를 꼽았다.

모바일 메신저는 매일 쓰는 적극적인 사용자가 많고, 사용자에게 정보를 직접 전달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다양한 상품·서비스를 사고파는 비즈니스 플랫폼 역할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서울대 김상훈 교수(경영학)는 "모바일 메신저는 실시간으로 계속 사용하는 소비자가 많아서 사업에 활용하기 유리하다"며 "상품·서비스를 추천해 소비자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소비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도 메신저가 주목받는 이유"라고 말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앞으로 모바일 메신저가 SNS보다 더 크게 성장할 것"이라며 "메신저가 점점 더 많은 인터넷 서비스를 빨아들여 스마트폰 운영체제(OS)보다 더 중요한 사업 기반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