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 6일,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과천정부청사 기자실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말 발간한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현황과 과제’라는 현안보고서가 발단이었다.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지속적으로 지원할 법적 근거가 부족하며 창조경제는 현 정부만의 사업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보고서의 요지였다.

창조경제 주무부처인 미래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했다. 장관까지 직접 나서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정과 예산지원 근거를 마련한 과학기술기본법 일부개정법률이 지난해 11월 30일 국회를 통과했고 오는 6월 23일 시행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부터 ‘혁신센터 대기업 할당’, ‘창조경제의 모호한 지향점’ 등 줄곧 제기된 논란을 잠재우기에는 장관의 해명만으론 부족했다. 더욱이 창조경제 실무를 주관하는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지난해 3개월간 공석이었다. 지난해 12월 28일 그 자리가 채워졌지만, 이 과정은 정부의 정책 의지에 의문을 품도록 하기에 충분했다.

급해진 정부가 성과 포장에 급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기업은 단연 ‘8조원 신약 후보물질 기술수출’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한미약품이다. 정부는 한미약품이야말로 창조경제의 대표적인 성과라고 치켜세우기 바빴다. 하지만 한미약품의 성과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10여년 넘게 매년 1000억원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 ‘뚝심’의 결과다. 창조경제의 성과라고 포장하기엔 한미약품 임직원들의 장기간 노력이 무색해진다.

지난 3년간 창조경제 정책의 성과가 없지는 않다. 지난해 7월 전국 17개 창조경제혁신센터 체제가 완성됐다. 박근혜 정부 출범 후 2년 반만이다. 미래부는 이를 통해 지난해 말 기준 578개의 창업기업을 지원했고, 541개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또는 판로개척을 도운 건수가 712건이라고 밝혔다. 창업기업 지원으로 283명의 신규 채용과 337억원의 매출 증가를 이끌었고 창업기업, 중소기업의 1267억원 투자 유치라는 성과도 이뤄냈다. 하지만 현 정부 핵심 국정 과제의 3년간 성과라기 보기엔 초라한 수치다.

과학기술계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국가 과학기술 역량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등 4대 과기원는 최근 ‘비전선포식’을 통해 ‘창조경제 전진기지’를 선언했다. 비전에 따르면 과기원 교수들은 창업만 해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연구개발이나 미래 ‘동량’을 키우는 본연의 역할은 뒷전으로 물러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학계 한 인사는 “암담하다”며 “창조경제의 핵심 가치는 다양성과 창조성인데 획일화와 관료주의가 다양성을 압박하는 꼴”이라고 푸념했다.

그래서인지 창조경제는 유통기한이 2년 남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온다. 공개적으로 입 밖에 내지는 않지만 ‘지이부지(知而不知)’, 즉 알면서도 모른 체하는 것이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혁신, 창업, 시장 선점,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개념인 창조경제는 성공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시장 조건도 맞아떨어져야 하며 ‘타이밍’이라는 운도 뒤따라야 한다.

전문가들은 창업의 메카인 실리콘밸리를 예로 들며 오히려 창업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투자 환경과 인프라를 개선하는 게 더 중요하며 효율적인 창조경제 정책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창조경제라는 정책명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사에 족적을 남길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