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변동성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입니다. 미국 달러 추이가 국제 금융시장의 단기 변수라면, 중국 변수는 기후변화만큼이나 장기적인 변수입니다."

연초부터 중국발(發)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4조5000억달러(5445조원)를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이 이렇게 전망했다. 블랙록의 유언 캐매런 와트(Ewen Cameron Watt) 글로벌 최고투자전략가(chief investment strategist)는 12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올해 시장전망 간담회를 열고, "다른 신흥국 통화와 비교할 때 최근 1년 새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는 상대적으로 절상된 편이기 때문에, 최근 급격한 위안화 약세는 이런 현상을 떨쳐버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또 그는 "철강 등 일부 제조업 분야에서 발생한 중국의 설비투자 과잉 문제는 해결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그러나 한국도 국민소득이 높아질수록 성장 속도가 떨어졌듯 중국 역시 그 단계를 밟아갈 것이고,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수출에서 소비로 옮아가는 중국의 성장 패러다임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국가와 산업이 신흥국 중 승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구 구조와 소비 여력 등을 따져볼 때 여전히 성장성이 높은 서비스업, 식음료 부문 등은 선별적으로 투자할 만하다고 꼽았다.

그는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도 역시 전반적으로 높은 투자 수익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미·일·영·유럽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자산매입 총량에다 신흥국 외환보유액을 합친 글로벌 유동성 공급 총량이 6개월 전부터 '마이너스'를 기록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주요국의 통화정책 사이클은 아직 초기 단계에 있고 유럽과 일본 중앙은행은 올해도 확장 기조를 이어갈 것이기 때문에 이 국가들의 주식시장은 양적 완화의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돈을 벌어줄 자산으로 유럽 주식, 일본 주식, 그리고 미국 달러 표시 신흥국 국채를 꼽았다.

한편 미국 금리 인상은 올해 2차례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3~4차례는 인상할 것으로 보는 시장의 평균적인 전망보다 보수적으로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는 저(低)유가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금리 인상에는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큰데, 저유가 때문에 인플레이션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이 두 차례 정도에 그칠 걸로 본다. 유가가 배럴당 40~50달러 수준이 아닌 30달러 수준으로 계속 유지된다면 금리 인상 속도도 매우 느릴 것이다."

그는 국제 유가 전망에 대해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공급 초과 현상이 약화되면 유가가 언젠가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을 것이다"라며 "하지만 공급이 본격적으로 줄어들고 유가가 50~70달러 선까지 회복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