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국내 최대 회원수 2800만명의 음악 콘텐츠 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를 1조8700억원에 전격 인수한 배경은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 경쟁력 확보와 매출 다변화, 해외 진출 발판 마련으로 요약된다.

특히 카카오의 이번 로엔 인수 규모는 국내 콘텐츠 업계에서 이뤄진 M&A 사상 최대 금액이라는 점에서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다시 한번 주목받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왼쪽)과 임지훈 대표.

◆ 인터넷 업계 M&A 사상 최대 금액…‘큰손’ 김범수 의장 ‘주목’

1조8700억원에 달하는 인수 금액은 국내 인터넷 업계 M&A 사상 최대 금액이다. 카카오와 합병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2004년 라이코스 인수 규모는 1000억원 안팎이었다. 2004년 8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단 75억원에 싸이월드를 인수, 단숨에 3대 인터넷 기업으로 올라섰으며 2006년 당시 NHN의 검색기술 벤처 ‘첫눈’ 인수 규모도 350억원이었다.

카카오와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합병한 뒤 최대 규모의 M&A는 내비게이션 ‘김기사’의 록앤올이었다. 카카오는 지난해 626억원에 록앤올을 인수, 자회사로 편입했다.

지금까지 인터넷 업계 M&A 규모를 감안해 볼 때 카카오의 이번 로엔 인수 규모는 ‘핵폭탄’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서는 김범수 의장이 로엔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는 “김범수 의장이 로엔의 탄탄한 매출과 20%에 가까운 영업이익 등을 고려해 과감한 결정을 한 것”이라며 “실제로 국내 음악 스트리밍 시장 최강자의 위상에 맞는 대우를 한 것”이라고 밝혔다.

카카오의 김범수 의장은 지난 6개월 동안 국내 어떤 인터넷·모바일 사업자보다도 과감하고 빠른 결정을 해왔다. 웹툰이나 장르소설 등 유료 모바일 콘텐츠 서비스 ‘카카오페이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포도트리’ 인수에 이어 지난해 말 게임 퍼블리싱 벤처 ‘엔진’을 자회사인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인수했다. 동영상 플랫폼 ‘카카오TV’ 출시에 이어 이번에 멜론까지 인수하며 종합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으로서의 발판을 6개월만에 마련한 것이다.

카카오는 “이번 인수를 최종 결정한 김범수 의장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전략적인 투자를 신속하게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 현금 조달 계획 ‘물음표’...인수 금액 적정성 논란도

카카오가 이번 인수로 로엔의 대주주인 스타인베스트홀딩스와 SK플래닛에 지급해야 하는 인수 대금은 7500억원 규모의 카카오 주식을 제외한 현금 1조1200억원이다. 공시에 따르면 인수 대금을 오는 2월 29일까지 지급해야 한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현재 카카오가 가용할 수 있는 현금 보유액은 약 7500억원이다. 그러나 현금 전부를 로엔 인수 대금으로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영업 및 마케팅 비용, 인건비 등 일상적으로 기업 경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현금은 보유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대금 지급에 필요한 현금을 금융대출과 제3자 투자유치를 통해 조달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금융대출의 경우 인수를 전제로 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고, 투자유치의 경우 카카오가 이번 인수로 확보한 로엔의 일부 지분을 다른 투자자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현금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1조8700억원이라는 인수 금액이 적정한 수준인지에 대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5000억원에 SK텔레콤에 인수될 예정인 CJ헬로비전과 비교해 봤을 때 턱 없이 높은 가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CJ헬로비전의 주가는 1만원대 초반에 형성돼 있고 지속적으로 적자를 내왔다는 점에서 로엔과 직접 비교는 무리라는 분석이다. 로엔의 주가는 7만원대 후반이며 로엔은 수년간 20%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로엔의 주가 7만8000원을 기준으로 2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서 인수 금액을 책정한 것”이라며 “통상 경영권까지 인수하는 경우 50% 이상 프리미엄을 붙이는 관례에 비교해 봤을 때 합리적인 ‘딜’이라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반면 김동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멜론이 국내 음원 시장에서 60% 점유율을 가지고 있으며 아이유나 소속가수를 통해 적극적으로 음원,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는 이점은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업 제휴를 통해서도 현재 예상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이만한 금액을 들여 인수할 가치가 있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매출 다변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 포석

현재 카카오는 모바일 게임 사업 강화와 ‘카카오택시’, ‘카카오대리운전’ 등 O2O 서비스,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하고 있다.

카카오 매출의 약 85% 가량이 광고와 게임 부문에서 나온다. 지난해 3분기 매출 2295억원 가운데 광고 매출은 1429억원, 게임 매출은 513억원으로 광고와 게임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양새다.

카카오는 우선 로엔 인수를 통해 광고와 게임에 의존해 왔던 매출의 다변화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로엔의 2014년 매출은 3233억원, 영업이익은 585억원이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2575억원, 영업이익 454억원을 달성했다. 로엔의 이런 탄탄한 실적과 재무 건전성이 로엔의 인수 규모에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카카오는 로엔 인수를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발판을 마련하기로 했다. 로엔은 지난해 말 중국 1위 IPTV 사업자인 ‘LeTV’와 MOU를 맺고 한류 콘텐츠의 중국 진출 교두보를 확보했다. LeTV와 중국 내 합작법인을 설립해 로엔에 소속된 ‘아이유’ 등 인기 연예인을 중심으로 한 콘텐츠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을 세웠다. 카카오는 로엔의 중국 시장 진출 계획과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해 구체적인 형태 등을 거론하기에는 이르다”며 “다만 음악 콘텐츠는 글로벌 시장 진출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국내 시장에서도 성장세가 약했던 ‘카카오 뮤직’ 서비스를 대폭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카카오는 지난 2013년 벅스의 음원을 활용한 ‘카카오 뮤직’ 서비스를 진행해 왔지만 시장에서 뚜렷한 반응을 얻지는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 멜론 서비스 현행대로 유지...O2O 투자 위축 가능성 제기

카카오의 로엔 인수 이후에도 ‘카카오 뮤직’과 ‘멜론’ 서비스는 일단 현행대로 유지된다. 로엔의 신원수 대표를 비롯한 경영진과 멜론 운영에 필요한 인력 등도 그대로 승계되는 등 당분간 독립경영체제로 유지된다.

카카오는 “기존 서비스는 당분간 큰 변화가 없으며 카카오의 모바일 플랫폼과 로엔의 콘텐츠를 결합한 새로운 서비스를 앞으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로엔 인수로 카카오의 O2O 서비스 사업 투자 및 시장 공략이 위축될 가능성도 제기됐다. 로엔 인수 계약 일정에 따라 1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현금이 매각 대금으로 지급될 예정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 투자에 무리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멜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겠지만 상당한 규모의 현금을 매각 대금으로 지급해야 하는 카카오 입장에서 O2O 등 신규 사업 분야에 투자하기가 녹록치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